나는 주로 기타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은 소위 말하는 '진상 고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생에 울림을 주는 은인과도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나 왔으니 이보다 좋은 일도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어쿠스틱 에세이] - 기타 강습에 대한 같은 말, 다른 뜻 기타 강습에 대한 같은 말, 다른 뜻 내가 잠시 음악학원에서 일했을 때, 식사를 마친 원장이 나에게 말했다. "대충 놀아주고 돈도 벌고, 참 좋은 일이지 않냐?"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고, 귀인이라 여겼던 원장의 한 acousticchaser.tistory.com 하지만, 어떤 일이든 그렇듯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이 없진 않다. 어쩌면 대나무 밭에서 비밀을 털어놓는 심정으로 이 글을 적어 본다. 내 ..
평생 학습센터 사무실에서 기타 수업에 사용할 악보를 복사하던 중이었다. 필라테스 수강생 한 분이 매 시간 사용할 물티슈를 준비해달라고 직원에게 요청을 했다. 공용 매트를 닦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란다. 직원은 코로나 문제도 있고 하니 개인 매트를 사용할 것을 권유하며 완곡히 거절했다. 그러나 수강생은 다른 센터는 다 제공해준다며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그렇게 약간의 실랑이 끝에 수강생이 돌아가고 나서 직원은 나에게 동조를 구하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만 오천 원짜리 수업 들으면서 참 바라는 거 많네." 나 역시 수강생이 좀 별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싱긋 웃고 말았지만,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 오천 원짜리 수업'이라는 단어에는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원의 말 뜻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나..
"선생님, 하다 보면 되겠죠?" 요즘 수강생들이 내게 자주 건네는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기타만 놓지 않는다면 잘 될 겁니다." 하고 답한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답하는 이유는 이 질문이 '나를 좀 위로해 주세요.'처럼 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지만 더디게 느는 실력 때문에 지치는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냥 시간만 보낸다고 잘 될까? 기타 뿐만이 아니라 어떤 것을 배울 때 혼자 고민하고, 연습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레슨을 잠깐 들었다고 해서 바로 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점은 조금씩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수록 더욱 그렇다. 이렇게 스스로 행하는 피드백이 없다면 계속해서 레슨을 듣는다 해도 실력 향상을 체감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강생이 느끼는 지루함을 생각하면 같은 내용을 ..
요즘 기타 레슨이 많아지면서 수강생들의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적게는 열 살부터 많게는 여든까지.. 그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업이 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지만, 그렇다고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음악적 세대차이다. 레슨에서도 드러나는 세대차이? 앞선 글에서 선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보니 기타를 연주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잘 담으면서도 수강생의 흥미를 불러올 수 있는 노래를 고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수강생과 내가 알고 있는 음악의 괴리가 클수록 이 작업이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세대차이'라는 벽을 느끼는 것이다. [어쿠스틱 에세이] - 기타 레슨을 거듭하면서 느끼는 선곡의 중요성 기타..
처음 기타 레슨을 시작했을 때의 긴장감이 누그러지고, 수업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면 스스로의 커리큘럼에 자신감이 붇기 시작한다. 그러나, 또 다른 레슨을 진행하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성향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레슨에서 요구하는 바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서면으로 내세우는 커리큘럼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편, 레슨을 진행하다보면 서로 다른 두 가치관이 대립하기도 한다. 하나는 '기타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원하는 스타일로 맞춰줄 것인가', 다른 하나는 '내가 정해놓은 커리큘럼과 연주법을 고집할 것인가'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모범답안이지만, 서로..
내가 잠시 음악학원에서 일했을 때, 식사를 마친 원장이 나에게 말했다. "대충 놀아주고 돈도 벌고, 참 좋은 일이지 않냐?"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고, 귀인이라 여겼던 원장의 한마디는 충격이었다. 그 무렵,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신사 한 분이 레슨을 받으러 오셨다. 진도가 느리더라도 여유 있는 레슨을 원했던 그는 수업 중에 인생의 경험담이나 사업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한 날은 "참 좋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하고 말문을 여시길래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여쭈어봤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정적을 깨고 말을 이어갔다. "사업을 하다 보면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많아요. 오늘도 그럴 일이 좀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콜트 CEC5는 큰 기대를 갖고 구입한 기타가 아니다. 일단 나일론 스트링 기타가 필요했고, 기왕이면 너트 폭이 좁은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소리 등 다른 요소는 배제하고 선택한 기타다.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일까? 전체적으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팩토리 너트 세팅은 아쉬웠다. 너트 세팅을 아주 중시하는 나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었다. 계속해서 틀어지는 3번 줄 튜닝 처음에 튜닝이 틀어질 때는 기타 줄이 스트레치 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잘못된 너트 가공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특히 3번 줄은 슬롯의 폭이 좁아서 너트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튜닝이 틀어질 정도였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직접 해보는 너트 세팅 처음에는 리페..
2020년 상반기, 크래프터 기타는 와디즈 펀딩을 통해 신제품을 론칭했다. 예쁜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 덕분인지 낮은 가격대의 기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분명히 다른 업체들도 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다른 브랜드들(스윙, 벤티볼리오)도 와디즈 펀딩에 뛰어들었다. 자연히 이 기타들과 와디즈 펀딩으로 기타를 구입하는 것에 대한 내 의견을 묻는 사람들도 늘었다. 질문이 많기도 하고, 때마침 시기가 적절한듯하여 내 생각을 글로 남겨본다. 온라인으로 기타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온라인으로 기타를 구입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소리가 본질인 악기를 연주해보지 않고 구입하는 것에 찝찝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와디즈 펀딩 또한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