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강습에 대한 같은 말, 다른 뜻

  내가 잠시 음악학원에서 일했을 때, 식사를 마친 원장이 나에게 말했다. "대충 놀아주고 돈도 벌고, 참 좋은 일이지 않냐?"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고, 귀인이라 여겼던 원장의 한마디는 충격이었다. 

 

종종 이용하는 레슨실

  그 무렵,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신사 한 분이 레슨을 받으러 오셨다. 진도가 느리더라도 여유 있는 레슨을 원했던 그는 수업 중에 인생의 경험담이나 사업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한 날은 "참 좋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하고 말문을 여시길래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여쭈어봤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정적을 깨고 말을 이어갔다.

 

  "사업을 하다 보면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많아요. 오늘도 그럴 일이 좀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마음으로만 하자니 사업에 진전이 없어요. 어쩌면 남에게 싫은 소리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사업을 잘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타를 가르치는 일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배우고 있는 나도 즐겁고, 시종일관 즐거워 보이는 선생님 표정을 봐도 알 수 있어요.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일, 선생님은 그런 일을 하고 계십니다."

 

  즐거운 기타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때의 울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더불어 전혀 다른 뜻을 가진 '좋은 일'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동업까지 제안했던 원장을 떠났던 가장 큰 이유가 이 이야기들이었다는 것을 아마 그는 모를 것이다.

 

주로 이용하는 강습실

  강습이 많이 늘어난 요즘, 다시금 그때의 일을 떠올려보게 된다. 또, 세상을 둥근 소리로 가득 채우겠다던 스무 살의 꿈은 아직도 유효한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분명한 것은 지금 내 인생에 있어 나의 음악 이상으로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둥근 소리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좋은 일'을 더 열심히, 오래도록 하겠노라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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