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오천 원"짜리 통기타 수업

  평생 학습센터 사무실에서 기타 수업에 사용할 악보를 복사하던 중이었다. 필라테스 수강생 한 분이 매 시간 사용할 물티슈를 준비해달라고 직원에게 요청을 했다. 공용 매트를 닦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란다. 직원은 코로나 문제도 있고 하니 개인 매트를 사용할 것을 권유하며 완곡히 거절했다. 그러나 수강생은 다른 센터는 다 제공해준다며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그렇게 약간의 실랑이 끝에 수강생이 돌아가고 나서 직원은 나에게 동조를 구하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만 오천 원짜리 수업 들으면서 참 바라는 거 많네."

 

  나 역시 수강생이 좀 별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싱긋 웃고 말았지만,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 오천 원짜리 수업'이라는 단어에는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원의 말 뜻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나도 만 오천 원짜리 기타 수업을 제공하는 강사인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평생학습센터의 강사는 수강료 이상의 보수를 받는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업 제공자가 스스로 만 오천 원짜리 수업이라고 폄하해버리면 품질을 기대할 수 없는 수업이 된다. 여기서 수업 제공자는 센터를 관리하는 직원들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직원은 밖으로 내어선 안될 말을 한 셈이다. 

 

  며칠 후, 통기타 수업을 듣는 수강생 한 분이 만 오천 원짜리 수업에서 너무 많은 질문을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셨다. 다양한 질문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업의 빈틈을 채워주기도 하니 나로서는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요즘 내 수업이 인기 있는 이유도 이렇게 열정적인 수강생들 덕분이 아닌가 싶다. 결국 수업의 품질은 액수가 아니라 수업을 제공하고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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