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D-28은 아직도 통기타의 표준일까?
- 악기 리뷰/통기타
- 2020. 6. 1. 20:18
그동안 연습실에서 종종 사용했던 지인의 마틴 D28이 팔렸다. 비슷한 가격의 기타를 두대 가지고 있었던 지인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을 한 것이지만, 4년 동안 한 공간에 있었던 기타를 보내는 마음은 그리 시원치 않다. 어쩌면 그 기타가 D-28이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인기가 많은 기타
우리가 흔히 통기타의 모양을 떠올리라고 하면 마틴 D-28과 같은 드레드넛 바디를 가진 기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기타이고, 타브랜드의 카피 모델도 넘쳐나서 통기타의 상징과 같은 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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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비결은?
그렇다면 마틴 D-28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여러 사람들에게 해보면 대부분 그 비결로 대중적인 음색을 꼽는다. 많은 뮤지션들이 D-28로 작업을 했고, 그 때문에 수많은 앨범에서 들었던 익숙한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도 장르를 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게 더 많은 연주자가 사용하게 되고, 추천의 추천을 거듭하면서 더 대중적인 기타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또, 많은 판매량으로 인해 중고거래가 용이한 점도 있겠다. 즉,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감가가 덜된다는 장점이 있고, 그 점 때문에 D-28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왜 기타의 표준인가?
아직도 마틴 D-28을 '기타의 표준'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판매량이나 인기로만 따진다면 D-28을 뛰어넘는 기타도 많을텐데 왜 아직도 기타의 표준이라는 타이틀을 D-28이 가지고 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일 모델로는 가장 오랜 기간 사랑받은 스테디셀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게다가 단순히 오래만 만든 게 아니라 연주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그 시대에 유행하는 음악에 맞게 진화해온 영향도 있겠다.
시대에 맞게 변화한 D28
1930년대의 연주자들은 미디엄 게이지를 넘어 헤비 게이지 스트링을 선호했는데, 그 결과 상판에 과도한 장력이 걸려서 통기타의 기대 수명이 매우 짧아지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런 장력을 버틸 수 있도록 브레이싱을 뒤로 당기고(리어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 스캘럽을 하지 않은(논 스캘럽드 브레이싱) D-28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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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에는 뉴트로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2017년에는 다시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을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기간 사이에도 브레이싱과 넥의 형태를 변형한 여러 버전의 D-28(HD-28, D-28V 등)을 생산하면서 연주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왔기 때문에 기타의 표준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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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을 추천하겠는가?
누군가 내게 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대답을 망설일 것이다. D-28을 처음 연주했을 때의 그 답답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낸 후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함께했던 4년 간 소리 변화를 꾸준히 느껴왔기 때문이다.
에이징이 되면서 D-28의 답답한 소리는 중후함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다만 브레이싱이 두껍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기타들보다 에이징이 더딘 느낌이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낸 D-28은 그 어떤 기타들 보다도 매력적인 톤을 뽐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시간을 인내할 수 있는 연주자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