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라(veelah) VGACMM - 10만원대 통기타에서 50만원대 기타소리가 난다고?

  미래엔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020년을 기준으로 정보의 중심이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기타와 같이 소리가 중요한 악기 콘텐츠들은 이런 동영상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기타 구매에 참고할만한 유튜브 영상 대부분을 제조사나 악기점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영상은 판매자의 입장에서 홍보의 목적으로 만든 제품 리뷰이기 때문에 종종 객관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 글도 그런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50만 원이라고 해도 납득이 될만한 소리다."

  한 대형 악기점의 유튜브 채널에서 10만 원 대 합판 통기타를 두고 한 말이다. 저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반대로, 아무도 믿지 않을 법한 뻔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해당 기타를 직접 구입했다. 영상의 소리를 신뢰할 수 없고, 소리 이외의 정보가 너무 부족했던 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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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elah 기타, 이름 속에 스펙이 있다?

Veelah VGACMM

  비일라의 엔트리급 기타들은 모델명에서 기본적인 스펙을 알 수 있게 해 두었다. VGACMM의 "V"는 Veelah, "GA"는 바디스타일을 뜻한다. 따라서 드레드넛 바디는 VD, OM바디는 VO로 시작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또, "C"는 컷어웨이, "MM"은 마호가니의 M을 딴것이다. 즉, 상판과 측후판 모두 마호가니로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SM"은 스프루스와 마호가니 조합). 종합해보면, VGACMM 모델은 GA 컷어웨이 바디의 올마호가니 기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VGACSM, VOMM 등이 기타들도 같은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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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GACMM을 선택한 이유

오픈 포어 피니쉬 - 나무결이 다 느껴질 정도로 도장이 얇다

  20만원 이하의 비일라 기타들은 모두 오픈 포어(Open Pore) 피니쉬로 되어있다. 오픈 포어 피니쉬는 말 그대로 나무의 미세 구멍이 다 느껴질 정도의 얇은 도장이다. 마감이 얇은 만큼 성량이 크고, 시원한 소리를 내주기 때문에 주로 합판 기타에 많이 사용한다.  

 

마호가니 상판

  반면, 소리가 너무 퍼지고, 고음부가 날리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스프루스에 비해서 소리의 무게감이 있고, 고음역이 다소 절제되는 마호가니 상판을 쓴 기타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실제로 올마호가니 기타 대부분이 무광 피니쉬로 되어있다). 이 것이 내가 VGACSM이 아닌 VGACMM을 선택한 이유다. 

 

마호가니 측후판

  사실 이 가격대에서 지칭하는 마호가니는 샤펠레, 또는 그 대체목이라서 고가의 올마호가니 기타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스펙 시트(Spec Sheet)로는 알 수 없는 비일라 기타의 특징

 

  이전 블로그에서는 통기타 리뷰를 할 때 세부적인 스펙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했었다. 돌이켜보니 세부 스펙은 그리 중요한 구매 포인트가 아니다. 특히 이 가격대의 기타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실제로 한달간 사용하면서 느꼈던 장점과 단점 위주로 적어볼까 한다. 

 

편안한 넥감

V넥 쉐입

  VGACMM의 넥 쉐입은 V넥이다. 가끔 V넥에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도 있는데, V넥이지만 굵지 않아서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다. 기대 이상으로 넥감이 좋아서 놀랄 정도였다.

 

프렛 마감도 좋은 편

  또, 43mm의 너트 너비와 어우러져서 코드 플레이 위주의 연주자들에게는 괜찮은 만족감을 줄 것 같다. 게다가 프렛 마감도 좋은 편이어서 여러 가지 연주를 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준수한 마감

넥 접합부가 아주 깔끔하다

  20만 원, 또는 30만 원 이하의 기타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지저분한 마감이다. 그러나 비일라의 198,000원짜리 기타들은 깜짝 놀랄 정도의 마감 수준을 보여준다.

 

브릿지 주변부 마감도 좋다.

  넥과 브릿지 접합부나 바인딩도 깔끔한 데다 앞서 말한 대로 프렛 마감도 준수하다. 이제 중국산 기타들도 얕볼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가격에 컷어웨이 적용

컷어웨이가 적용되었지만 가격은 같다

  VGACMM과 VGACSM은 하이 프렛 연주가 용이하게 컷어웨이(또는 커터웨이) 되어있다. 컷어웨이가 들어가면 가격이 몇만 원 더 상승하기 마련인데 비일라 기타는 컷이 없는 기타와 동일한 가격으로 내놓았다. 그 덕분에 동일한 스펙의 D바디나 OM바디보다 가성비가 돋보인다.

 

시원시원한 스트럼 소리

 

  이 기타를 좋아하는 분들께 그 이유를 물어보면 시원시원한 울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그만큼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열린 소리가 돋보인다. 오픈 포어 피니쉬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브레이싱을 앞쪽으로 배치한 것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 덕분에 시원한 스트럼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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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 보이는 내구성

  반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내구성에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VGACMM은 무게가 상당히 가벼운데 상판과 측후판뿐만 아니라 브레이싱도 얇게 사용한 영향으로 보인다. 게다가 오픈 포어 피니쉬의 특성상 습도 변화에도 민감해서 관리가 수월한 기타라고 할 수는 없겠다. 

 

아쉬운 너트 세팅

너트의 줄간격이 좁은 것은 많이 아쉽다

  이 기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다름 아닌 너트 세팅이다. 물론 최상의 팩토리 세팅을 기대하기 힘든 가격대이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줄 높이가 아닌 간격이다. 모든 기타는 너트 너비와 비례하여 적정한 줄 간격을 가지는데, VGACMM은 이 간격이 너무 좁다. 즉, 1번 줄과 6번 줄 바깥쪽의 간격이 많이 남는다. 이렇게 되면 손가락이 굵거나 짧은 사람은 더욱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넥감이 좋았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별도의 너트 가공이 필요하다.

  혹시나 뽑기 운이 없었나 싶었는데 악기점에서 봤던 나머지 한대의 세팅도 같았다. 만약 모든 기타가 이렇다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저가 기타와 마찬가지로 너트의 줄 높이 셋팅도 완벽하진 않으니 여러모로 너트 세팅이 가능한 악기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부족한 배음과 짧은 서스테인

하이프렛 서스테인이 짧다.

  준수한 스트럼 소리에 비해 핑거 스타일 소리가 아쉬운 것은 배음이 너무 단조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 프렛에서의 서스테인(음의 지속)이 매우 짧아서 여러모로 핑거스타일 연주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더 보태자면, 기타의 무게만큼이나 소리도 가볍다. 소위 말하는 날리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혹시나 기타의 색상만큼 묵직한 소리를 기대한다면, 그와는 아주 거리가 먼 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얇디얇은 가방

수납 공간이 한군데 밖에 없다.

  기타의 품질을 높이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다 보니 가방에서 원가 절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저가 기타의 가방은 폼이 많이 빠져 있어서 충격을 보호하기 어렵다.

 

폼이 있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가방이다.

  이는 비일라 기타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따로 소프트백을 구입하기엔 가격이 만만치않기 때문에 잦은 이동을 해야 하는 분들께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총평

 

  평가가 박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이 가격대에서는 매우 훌륭한 기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깔끔한 마감과 편안한 넥감이 인상적이어서 괜히 인기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다. 아직 인기 기타로 부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구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1년 정도가 더 지나면 서서히 그에 대한 평가도 나오리라 생각한다. 만약 내구성도 괜찮다면 20만 원 이하에서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통기타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50만 원대 기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타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찬양 일색의 리뷰는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조금은 안타깝다. 아무쪼록 현명한 소비를 돕는 양질의 정보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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