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줄 꼭 풀어서 보관해야 하나? - 통기타 장력 관리

  "기타 줄을 풀어서 보관하는 게 좋을까요?" 기타를 새로 구입하신 분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다. "그렇다", 또는 "아니다"만 있을 것 같은 이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몇몇 통기타 제조사의 권장사항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내 의견을 정리해봤다.

 

기타 줄을 풀어두라고 권하는 이유

  통기타는 매우 큰 장력이 걸리는 악기다. 전기 장치 없이도 큰 성량을 가질 수 있도록 발전하는 과정에서 스틸 스트링(기타 줄)을 사용하게 됐고, 게이지(굵기)도 키웠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다른 현악기들에 비해 목재의 변형이 빠르게 일어나는 편이다.  

 

넥과 상판의 변형이 가장 심하다

  통기타 줄의 큰 장력으로 인해 변형이 일어나는 부위는 넥과 상판이다. 따라서 변형을 막으려면 이 부위에 걸리는 장력을 줄이면 된다. 자연스레 연주 후에는 줄을 풀어 두라는 조언이 나온다. 

 

기타 줄을 많이 풀수록 좋은가?

  그렇다면 기타 줄을 많이 풀어두면 무조건 좋을까? 많은 기타 제작자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애초에 기타 줄의 장력을 고려하여 만들기 때문에 과도하게 줄을 풀어두면 오히려 넥에 안 좋은 영향(Back Bow)을 줄 수 있단다. 게다가 기타에 걸리는 장력이 큰 폭으로 자주 변하면 이 역시 기타에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단다. 이 같은 이유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아예 줄을 풀어둘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제조사들도 있다. 

 

  다만 이런 주장이 힘을 받으려면 항상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여름과 겨울의 온습도차가 굉장히 큰 우리나라에서 항온항습을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적정 온습도 조절, 기타 줄은 헤드머신 한 바퀴 정도만 풀자

습도관리를 잘 한다면 줄을 풀어두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내 경우엔 아예 기타 줄을 풀어두지 않는데, 수년간 줄 높이의 변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일정하다(지난 20년간 사용했던 모든 기타가 마찬가지였다). 튼튼한 기타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습도 관리를 꾸준히 해준 덕이 크다. 즉, 장력 조절보다 온습도 조절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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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거나 상판이나 넥이 약한 기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헤드머신을 한 바퀴 정도만 풀어두자(음정으로 치면 한 음 정도).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고, 과도한 장력 변화를 피하면서도 넥과 상판의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기타를 오래 사용하지 않을 때는?

오래 사용하지 않을 때는 기타 줄을 풀어두자.

  우리는 기타를 연주하기 전 튜닝을 할 때 음정이 낮아져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종종 높아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헤드 머신이 풀리거나 기타 줄이 늘어나면 음정은 낮아지기 마련인데 왜 높아져있는 것일까? 그 이유도 온습도의 변화에 있다.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 목재와 기타 줄이 팽창하거나 수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튠이 낮아지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한다. 기타를 자주 연주할 때는 튜닝도 자주 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연주를 하지 않는다면 튠이 높아진 상태로 장기간 방치될 수도 있다. 심하면 반음 이상도 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면 목재의 변형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2주 이상 기타를 사용할 일이 없다면 줄을 풀어두는 것을 권한다. 또, 이 때는 장력의 변화 폭을 감안해서 한바퀴 보다 조금 더 풀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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