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816ce 빌더스 에디션의 사운드포트 컷어웨이에 대하여..

  테일러 기타는 앤디 파워스가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이후 매년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변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V 클래스 브레이싱(V-class Bracing)을 소개했고, 2019년에는 새로운 바디인 그랜드 퍼시픽 라인을 출시했다. 이런 행보는 2020년 윈터 남쇼(Winter NAMM Show)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2018년은 테일러 기타의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테일러 기타뿐만 아니라 통기타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사건일지도 모른다. 바로 V-CLASS 브레이싱(이하 V 브레이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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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기타, 빈티지에 도전하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317e, 517e, 717e)

 

테일러 기타, 빈티지에 도전하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317e, 517e, 717e)

지난 2018년, 테일러 기타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브레이싱인 V-CLASS 브레이싱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통기타 제조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X 브레이싱을 근본부터 바꾸는 과감한 시도였다. 놀라운 점은 이런 실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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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으로는 예년에 비해 무난한 행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2018년과 2019년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랜드 심포니(끝자리 6번)나 그랜드 오케스트라(끝자리 8번) 바디에 V 브레이싱을 적용한다거나, 617e나 817e, 917e 등 아직 등장하지 않은 그랜드 퍼시픽 바디(끝자리 7번)가 신제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사운드포트 커터웨이의 등장

테일러기타 2020 빌더스에디션 신제품(912ce, 652ce, 816ce, 324ce)

  내가 예상한 대로 테일러는 2020 남쇼에서 6번 바디인 그랜드 심포니에 V 브레이싱을 적용한 816CE 빌더스 에디션(Builder's Edition) 기타를 내놓았다. 하지만, 상상도 못 했던 옵션이 추가됐다. 바로 사운드포트 커터웨이(컷어웨이)다. 말 그대로 하이 프렛 연주의 편의를 위해 파놓은 커터웨이에 구멍을 뚫어놓은 것이다. 낯설기 때문인지 심미적으로 썩 좋아 보이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디자인을 택했다는 것은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직접 연주를 해보기 전이라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사운드포트 커터웨이의 특징과 장점에 대해 적어봤다.

 

최소화한 컷팅

바디의 일부만 컷해서 울림의 손실을 줄였다

  어색한 위치에 뚫린 구멍, 그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바디 컷을 아주 조금만 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바디의 울림에 대해서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어쩌면 베이스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V 브레이싱을 의식한 발상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하이 프렛 연주의 편의와 울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노력임에는 틀림없다. 

 

  참고로 유튜브에서 'Cutaway vs Non-Cutaway'로 검색해보면 커터웨이의 유무에 따른 음색 차를 느낄 수 있다.

 

 

사운드 포트 커터웨이의 효과

  예전에 측판에 사운드포트를 뚫어놓은 기타를 접한 적이 있다. 그 기타의 소유자는 사운드 포트가 연주자에게 더 생생한 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점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는데, 연주자 쪽으로 향하는 소리만큼 청중을 향하는 소리는 약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손실은 회절이 잘 안되어서 직진성이 강한 고음역에 치중된다.

 

816ce 빌더스에디션의 커터웨이 사운드포트

  테일러 기타도 이런 점을 의식한듯 보인다. 입체적인 소리를 위해 또 다른 사운드홀을 뚫기를 원했지만, 측판의 사운드 포트처럼 기존 사운드홀과 수직방향의 홀은 고음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사운드홀 방향과 비슷하면서 광각의 서라운드 사운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운드 포트를 목표로 했을 것이고, 그 결과 816ce 빌더스 에디션의 사운드 포트 커터웨이로 구현했다.

 

두개의 사운드홀이 이루는 각이 어떤 효과를 줄것인가?

  일단 이론대로라면 두개의 사운드홀로 반향 되어 나오는 소리에는 미세한 시간차가 있어서 말 그대로 스테레오 사운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다만 홀 사이의 간격이 가깝기 때문에 스테레오 이미징이 클 수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사선 방향의 사운드 포트인데 이 것이 그나마 스테레오 이미징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마저도 거리가 멀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청중을 향한 연주보다는 레코딩에서 더 큰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즉, 사운드홀이 2개인 셈이기 때문에 스테레오 마이킹 옵션이 더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816ce 빌더스 에디션의 다른 특이점

테일러 816ce 빌더스에디션

  흥미롭게도 이 기타는 전통적인 800번대 기타들과 다르게 시트카 스프루스가 아닌 루츠 스프루스를 사용했다. 시트카 스프루스보다 펀칭 감이 좋고, 힘 있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운드 포트로 떨어질 수 있는 파워를 보전하기 위한 옵션이 아닌가 추측한다. 여담으로 912ce 빌더스 에디션도 루츠 스프루스를 사용했는데 어쩌면 양질의 시트카 스프루스가 그만큼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게 된다.

 

  또, 이번 816ce 빌더스에디션에는 숏 스케일이 적용됐다. 통상적으로 숏 스케일 기타는 소리가 퍼지고, 어두운 성향을 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사운드 포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옵션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혁신이 될지?

사진상의 기타는 614ce 빌더스에디션으로 보인다

  매년 새로운 기타를 선보이는 테일러 기타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보수적인 악기 시장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함에 있어서 이만큼 도전적인 브랜드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모두 혁신으로 평가받지는 않는다. 사운드 포트 커터웨이 역시 아직은 물음표를 던지는 연주자들이 많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우수함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평가다. 더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도 사장된 제품들을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번에 등장한 사운드포트 커터웨이가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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