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넛 기타 라인업을 늘린 깁슨(2019 J-45 스튜디오, G-45 스탠다드)
- 악기 리뷰/통기타
- 2019. 9. 27. 04:18
통기타의 가격은 연주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물가 상승의 영향도 있겠지만, 인건비와 목재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가구 등 목재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한 데다가 갈수록 고갈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목재를 얻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즉,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지만 소리의 품질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식한 통기타 제조사들은 더 많은 라인을 주변의 개발 도상국으로 옮기기에 이르렀고, 가격이 싼 합판이나 합성소재로 만든 기타 라인업을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깁슨은 아직도 미국 생산만을 고집하고 있고, 합판이 아닌 올솔리드 통기타만 제작한다. 그렇다면 해마다 가파른 가격상승을 보였던 깁슨 기타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원가절감 방법은 무엇일까?
월넛을 활용하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합판을 사용하는 것 외에 기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언뜻 생각나는 것은 기타를 만드는 방식을 바꾸는 것과 저렴한 목재를 사용하는 것 정도인데 최근 깁슨은 후자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그렇게 깁슨이 선택한 목재는 월넛이다. 월넛은 북미에서 흔한 편에 속하는 목재라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공장이 미국 내에 있는 깁슨 입장에서는 다른 목재들 보다 벌목 후의 비용도 덜 들어서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매출 증대를 위해 합판을 사용할 법도 한데 소리에 대한 깁슨의 고집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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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J-45 Studio
그렇게 처음으로 월넛 측후판을 적용한 기타는 J-15 였다. 마호가니 측후판의 J-45보다 다소 밝았지만, 단단한 저음과 화려한 중고음역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매력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월넛 기타의 인기를 확인한 깁슨은 2018년 말부터 대대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 중 하나가 J-45 스튜디오 모델이다.
J-45 스탠다드와 J-45 스튜디오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측후판 목재다. 스탠다드는 익히 알려진 대로 온두라스 마호가니 측후판이고, 스튜디오는 월넛을 사용했다. 게다가 스튜디오의 경우 지판과 브릿지도 로즈우드 대신 월넛을 사용했다. 지판과 브릿지 목재까지 바꾼 것을 보면 깁슨도 최근 로즈우드의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운 듯하다. 이밖에도 넥의 모양과 지판의 곡률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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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넛의 음색 특성상 저음이 단단하고, 중고음역이 발달되어있어서 스튜디오 레코딩에 적합한 모델이라 하여 '스튜디오'라고 이름을 붙였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깁슨의 일렉기타 라인에서 '스튜디오'는 원가절감 모델이고, 그 이름이 어쿠스틱 라인에도 적용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목재가 바뀐것 외에 다른 원가절감 요소는 거의 없는데 1,050달러 더 저렴하기 때문에 가성비는 매우 좋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깁슨은 J-45 뿐만 아니라 허밍버드, L-00, J-200 이렇게 총 4가지 기타의 스튜디오 모델을 출시했다.
G-45 Studio와 G-45 Standard
2019년에는 G 시리즈를 새로 내놓았는데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약자다. 깁슨의 홈페이지에서는 신구 조화를 이룬 신세대 어쿠스틱 기타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원가절감 라인이다. 당연히 월넛 측후판을 사용했고, Utile이라는 넥의 소재나 사틴 피니쉬(무광 마감) 등 J-45 스튜디오에 비해 더 원가를 절감한 시리즈라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J-45 스튜디오와 다르게 논스캘럽드 브레이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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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5 스튜디오와 G-45 스탠다드와의 차이는 피니쉬에서 가장 크게 와 닿는다. 스튜디오는 완전 무광인데 반해 스탠다드는 상판만 유광으로 마감해서 마치 테일러의 300번대 기타를 연상시킨다. 또, 바인딩과 인레이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넥과 브릿지 소재도 월넛과 리치 라이트로 서로 다르다. 재미있는 점은 상위 모델인 스탠다드에 합성 소재인 리치 라이트를 사용했다는 점인데 월넛이 리치 라이트보다도 저렴한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한편으로는 리치 라이트 지판을 보는 순간 깁슨이 왜 '신세대 어쿠스틱'이라고 표현했는지도 짐작이 간다.
깁슨도 뛰어든 가격 전쟁
깁슨 통기타가 1,000달러 미만이라고 하면 모두가 놀랄만하다. 게다가 무려 미국 생산 올 솔리드 기타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만큼 만듦새는 아쉽다. 그러나, 이제 가격적으로 많은 연주자들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깁슨이라는 브랜드를 동경하는 연주자가 많은 만큼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듯하다.
또, 그간의 행보로 비춰보면 G 시리즈 역시 허밍버드, L-00, J-200 스타일로 확대될 것 같다. 깁슨 스타일의 원가 절감과 가격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사진출처 : 깁슨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