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2018년은 테일러 기타의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테일러 기타뿐만 아니라 통기타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사건일지도 모른다. 바로 V-CLASS 브레이싱(이하 V 브레이싱)에 관한 이야기다.

 

  테일러 기타의 수석 디자이너인 앤디 파워스가 V 브레이싱을 공개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약 100년간 통기타 상판 제작의 정석과 같은 X브레이싱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커뮤니티의 글을 찾아보면 오히려 회의적인 글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앤디 파워스의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혁신적인 방식의 브레이싱인데 왜 이렇게 반응이 갈리는 것일까?

 

통기타의 영원한 숙제 브레이싱

여러 브레이싱을 연구중인 앤디 파워스

  통기타는 스틸 스트링을 쓰는 까닭에 다른 현악기들보다 상판 변형이 더 잘 일어난다. 그만큼 약 70kg에 육박하는 장력을 상시로 버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아마도 많은 기타 제작자들은 상판 변형을 막거나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브레이싱을 끊임없이 연구했을 것이다.

 

  통기타에서 X 브레이싱이 대세가 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일론 스트링을 쓰는 클래식기타는 팬 브레이싱으로도 충분했지만 스틸 스트링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X 브레이싱도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X 브레이싱의 치명적 단점

X 브레이싱은 상판 변형에 약점이 있다

  X 브레이싱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은 사운드홀과 브릿지 사이에 위치한다. 이 곳이 상판에서 변형에 가장 강한 지점인데 사실 장력이 그다지 강하게 걸리는 곳이 아니다. 반면 브릿지의 뒤쪽은 X 브레이싱 사이에 위치해서 약한 지점이지만 장력은 가장 강하게 걸린다. 이런 이유로 세월이 흐르면서 브릿지 앞쪽은 주저앉고, 뒤쪽은 배부름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브릿지 주변부의 변형에 취약하기 때문에 인토네이션이 부정확해지고, 심하면 연주하기 적절한 셋업을 할 수 없기에 이른다. 

 

X 브레이싱의 구조적 단점을 보완한 V 브레이싱

V 브레이싱 설계 과정

  V 브레이싱은 X 브레이싱의 이런 구조적 단점을 상당히 해결했다. 장력이 가장 강하게 걸리는 브릿지 뒤쪽은 V 브레이싱이 모이면서 강하게 지지하는 데다가 잘 주저앉는 사운드홀에도 보강목을 대어서 상판 변형을 최대한 막았다. 이로서 기타 관리가 훨씬 쉬워졌고, 더 긴 수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인토네이션의 향상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구조적 해결이 단순히 기타관리의 편의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스트링이 걸려있는 브릿지 주변부를 안정화시키면서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프렛 악기인 기타의 특성상 아주 완벽할수야 없겠지만 레코딩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장점이 굉장히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인지 테일러 측에서도 가장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있는 듯하다.

 

큰 음량과 긴 서스테인

성량과 서스테인을 모두 잡은 V 브레이싱

  앤디 파워스는 X 브레이싱에서 반비례 관계에 있던 성량과 서스테인을 V 브레이싱으로 모두 잡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약간의 음량 증가를 느낄 수 있었지만 서스테인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체감할 수 없었다. 또, V 브레이싱의 서스테인을 다루고 있는 해외 유튜브 영상들은 오히려 데드스팟의 위치나 인토네이션의 정확도로 인한 현의 간섭을 비교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아무튼 비슷한 서스테인으로 큰 성량을 만들었으니 이 관점에서는 꽤나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색 - 저음이 약하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우수한 V 브레이싱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연주자들도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이유로 익숙하지 않은 음색을 꼽는다. V 브레이싱은 한음, 한음 또렷한 소리가 난다. 좋게 표현하면 해상도가 높은 소리고, 나쁘게 표현하면 잘 섞이지 않는 소리다. 또, 중음역이 강조되어 있어서 소리가 존재감 있게 뻗어 나오지만 스펙트럼은 다소 좁은 느낌이다. 이는 솔로 위주의 연주자라면 환영할만한 변화이지만, 스트로크 연주자라면 단점으로 느낄만하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가장 먼저 와 닿는 것은 빈약한 저음이다. X 브레이싱에서 느낄 수 있었던 포근하면서도 펀칭 감 있는 저음을 느끼기 어렵다. V 브레이싱이 더 부드러운 소리라고 표현하는 연주자들은 아마도 이런 펀칭 감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한 체급 작은 기타를 치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봐서 V 브레이싱은 X에 비해 배음이 부족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조금이라도 배음을 확장하기 위해서 빌더스 에디션 기타의 마감을 무광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100년 후를 내다본다면 어떨까?

다양한 형태의 V 브레이싱을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 브레이싱은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기타를 만드는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겠지만, 현재의 X 브레이싱은 100년의 내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V 브레이싱은 그나마 가능성을 더 높여준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평하고 싶다. 게다가 V 브레이싱은 이제 시작이다. X 브레이싱도 오랜 세월 동안 변화했듯 V 브레이싱 또한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십수 년 후의 V 브레이싱 기타들이 어떤 소리를 내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사진 출처 : 테일러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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