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크래프터 기타의 주요 변화점 및 신제품
- 악기 리뷰/통기타
- 2020. 1. 12. 02:13
지난 2019년 12월 초, 오랜만에 양주에 있는 크래프터 코리아 본사에 다녀왔다. 원래는 다녀온 직후에 써야 했을 글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제야 글을 남긴다. 예전에 크래프터 기타의 뉴 프로덕션 라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글은 그 후속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과 같이 2020년 새해부터 바뀌는 점이라기보다 작년부터 크래프터가 시행한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 여건에 맞게 정착하여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변화점에 대해서 정리했다.
[악기 리뷰/통기타] - 크래프터 기타는 볼트온 넥 조인트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브레이싱과 화이트 라벨
2019년, 크래프터는 자사의 SNS를 통해 새로운 브레이싱을 홍보한바 있다. 그 핵심은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인데 좋은 톤을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변화도 있다고 한다. 저음이 약하고, 울림이 답답하다는 평을 받는 크래프터 기타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타개법이 아닌가 싶다. 다만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으로 인해 상판 울림이 좋아진 만큼 내구성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워낙 튼튼한 기타로 유명한 크래프터 기타였기 때문에 우려할 만큼 약해지진 않았겠지만, 이전보다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겠다.
[통기타 지식in] - 마틴 리이매진드 D-28에 적용된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의 특징(VS 리어워드 시프티드)
변화된 브레이싱이 적용된 기타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구별방법은 기타의 바디 안에 붙어있는 라벨을 보는 것이다. 흰색 한지로 된 라벨이 붙어있는 기타는 모두 새로운 브레이싱이 적용된 기타다. 스테디셀러라서 회전율이 좋은 갓인어스는 대부분 화이트 라벨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넥 형태의 변화
넥 제작에 CNC를 도입하면서 넥의 형태도 바뀌었다. 로우 프렛 쪽은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얇아진 정도인데, 하이 프렛에서의 넥 감은 확 체감될 정도로 얇아지고 편안해졌다. 연주 감이 좋아졌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변화지만, 넥이 얇아진 만큼 계절에 따른 각도 변화가 조금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튼튼한 넥으로 정평이 나있는 크래프터도 이점을 조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고했던 볼트온 넥 조인트는?
크래프터가 SNS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볼트온 넥 조인트를 암시하는 사진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실제로 크래프터는 볼트온 넥 조인트로 변경을 감행했고, 유의미한 수량이 시중에 유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다시 도브테일 넥 조인트로 회귀한 이유는 딜러(대리점 등)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시장의 특성상 볼트온 넥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아닌 데다가 들이는 비용에 비하면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개인적으로도 기대했던 대목인데 정말 아쉽다.
그렇다면 내가 구입한 크래프터 기타가 볼트온 넥 조인트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넥 조인트 역시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아니라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볼트온 넥 조인트 기타들은 넥 접합부에 드러나는 볼트를 가리기 위해 라벨을 붙여두기 때문에 그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사운드홀 안쪽으로 넥 접합부를 봤을 때 위 사진과 같은 라벨이 붙어있다면 볼트온 넥 조인트 기타다.
크래프터가 제작한 볼트온 넥 조인트 기타들도 테일러의 NT넥처럼 넥이 휘거나 상판이 지나치게 부풀었을 때 간단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더 이상 이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지는 않지만 판매분에 한해서는 본사 차원의 A/S를 받을 수 있다.
UV 피니쉬 역시 아쉽게도..
테일러 기타와 같은 얇고 견고한 UV 피니쉬도 기대를 모았는데 아쉽게도 아직 기약이 없다. 크래프터는 이미 UV 피니쉬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는 UV 피니쉬에 적합한 도료가 없기 때문이란다. 기존의 도료는 피니쉬가 너무 얇게 올라가기 때문에 아주 여러 번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가격 상승 요인이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C사도 중도 과정만 UV 피니쉬로 진행된단다).
얇은 피니쉬를 위해 하도, 중도, 상도의 3단계 중 한 단계를 생략하는 과감한 결정을 한적도 있는데 이 역시 딜러들의 요청으로 무산되었다. 아마도 딜러들은 크래프터 기타를 찾는 기존의 수요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런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듯하다. 물론 이런 변화들은 소리를 좋게 하지만, 기타 관리의 어려움을 수반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2020년 신제품
빅마이노
크래프터의 2019년 주력 신제품이었던 미니기타 '마이노'가 조금 더 커진 '빅마이노'로 찾아온다. 게다가 기존의 마이노보다 저렴하게 출시된다고 하니(마이노도 함께 가격 하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 OEM 제품이라 아쉬운 점도 눈에 띄지만, 테일러의 GS미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니 기타를 구입하려는 분들께는 선택지가 또 하나 느는 셈이다.
탄화목 적용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크래프터 기타도 탄화목(Torrefied Top)을 사용한 신제품이 나온다. 상판을 굽는 토리파이드 탑 공법은 스프루스 계열의 목재 안에 있는 수분을 인위적으로 건조해 마치 에이징 된 소리를 나게 하는 기술이다.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본사를 방문했을 때,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커스텀 올솔리드 기타들 중 탄화목이 적용된 기타를 연주해봤다. 에이징 된 기타 소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울림이 느껴졌다. 물론 뉴 브레이싱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2020년 크래프터 기타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만한 옵션이다.
탄화목은 가장 대중적인 모델인 갓인어스나 플래티넘 시리즈에 가장 먼저 적용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탄화목 사양이 추가되면 기존 모델의 가격에서 10만 원 전후로 상승할 것이라 전했다.
끝으로..
국내 대부분의 기타 브랜드가 중국 등 제3국으로 라인을 옮기거나 OEM 생산을 하고 있지만, 크래프터는 아직도 주력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만큼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행히 크래프터는 품질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색에서 보이는 호불호를 떠나서 이런 국산 브랜드가 끝까지 남아서 더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