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D-35MP : 대포처럼 터지는 시원한 저음을 가진 통기타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지 1년 만에 내 기타를 소개한다. 사실 예전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내 기타의 리뷰에 인색했던 것은 이미 2012년에 단종된 기타이기 때문이다(검색 유입이 없을 것 같아서). 또, 괜히 자랑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내 기타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고, 리뷰를 요청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글로 옮겨본다. 아래부터는 내가 4년째 사용하고 있는 마틴 D-35MP에 대한 소개 및 사용기다. 

 

마틴 D-35MP는 어떤 기타인가? 

마틴 D-35MP

  이 기타는 'MP'의 특징을 가진 'D-35'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D-35의 등장배경과 특징에 대해서 알면 D-35MP를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마틴 스탠다드 시리즈 D-35의 특징

  마틴 D35의 가장 큰 특징은 후판이 3피스라는 점이다. D-28의 측후판으로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를 사용하던 시절, 목재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작은 조각으로도 기타를 제작할 수 있게끔 3피스로 제작한 것이 시초라 한다. 

 

  흔히 D35의 음색 특징으로 힘 있는 저음을 꼽는데 이는 3피스 후판보다는 상판 브레이싱의 영향이 더 크다. D28과 같이 논스캘럽드 브레이싱을 사용하지만, 브레이스의 폭은 1/4인치로 D28의 5/16인치보다 좁다.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상판의 자유도가 높으니 울림이 좋아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반대로 내구성은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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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는 무슨 뜻인가?

마다가스카르 로즈우드

  D-35의 뒤에 붙는 'MP'중에 'M'은 '마다가스카르 로즈우드'를 뜻한다. 즉, 측후판이 마다가스카르 로즈우드로 된 D35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 첫머리에 언급한 것과 같이 이 기타는 2012년에 단종되었는데 그만큼 목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또, 'P'는 '퍼포밍 아티스트 프로파일 넥'을 뜻하는데 요즘 마틴의 스탠다드 시리즈에서 채택하는 '모디파이드 로우 오발&하이 퍼포먼스 테이퍼'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마틴 기타의 넥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따로 정리를 해볼까 한다.

 

D-35MP의 디자인 특징

 

  다음은 마틴 D-35MP만의 디자인 특징이다. 스펙 시트에서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정보보다는 눈에 띄는 특징이나 사용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사항을 위주로 정리했다. 

 

아쉬움이 남는 후판 나뭇결

3피스 마다가스카르 로즈우드 후판

  마다가스카 로즈우드로 된 후판의 결이 곧지는 않다. 비교적 최근에 생산된 브라질리언, 또는 마다가스카 로즈우드 기타의 후판에 무늬가 있는 것은 목재의 밑동을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목재가 부족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뭇결이 곧지 않아서 아쉽지만 북 매칭은 잘 되어있어서 심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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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탑도 마다가스카르 로즈우드

마다가스카르 로즈우드 헤드 플레이트

  헤드탑으로 측후판 목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D-35MP도 그렇다. 가격이 비싼 목재라 기대하지 않은 점인데 덕분에 일체감이 좋다. 다만 유광 피니쉬가 되지 않은 점과 헤드 로고가 프린팅이라는 점은 아쉽다.

 

아주 편안한 넥감

44.5mm 너트

  큰 바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기타를 구입하게 된 것은 좋은 넥감 덕분이다. 앞서 언급한 퍼포밍 아티스트 프로파일은 넥이 얇으면서도 그립이 좋아서 44.5mm의 비교적 넓은 너트도 부담스럽지 않다. 

 

  또, 하이 프렛으로 갈수록 줄 간격이 넓어지는 정도도 덜해서 솔로 플레이나 엄지 손가락을 활용한 코드 운지가 수월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넥감 좋기로 유명한 테일러 814ce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물론 개인차가 있다).

 

무광 넥이지만, 손기름 때문에 유광처럼 바뀌었다.

  지금은 이 넥 쉐입이 마틴의 모든 스탠다드 시리즈 기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리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2012년식 기타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유행을 앞서간 것이었다.

 

아이보로이드 바인딩

멋을 더하는 아이보로이드 바인딩

  아이보리와 흡사해 보이는 이 바인딩의 재질은 아이보로이드다. 아이보리는 사용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아이보리와 외관과 특성이 유사한 합성수지를 사용한 것이다. D-35MP는 이 아이보로이드 바인딩 덕분에 확실히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진다

 

  반면, 마틴의 아이보로이드 바인딩은 고질적인 들뜸 문제를 안고 있다. 제법 신경 써서 기타를 관리하는 나는 아직 바인딩이 뜨는 문제를 겪진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인딩 접합 부분이 견고하진 않다.

 

음색 특징

 

  D바디를 전혀 염두하지 않았던 내가 이 기타를 고르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여러 가지 통기타를 시연하며 결정을 굳힌 것은 역시 D-35MP 만의 특색 있는 음색 때문이다. 

 

깊으면서도 힘 있는 저음과 아쉬운 고음

매력적인 음색의 D-35MP

  처음 연주했을 때는 이렇게 힘있는 저음을 가진 기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한 저음에 매료됐다. D-28과 같은 논스캘럽드 브레이싱 기타들이 중저음 역(Mid-low)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깊은 저역이면서 대포처럼 터지는 소리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반면 고음은 다소 아쉬웠다. 스트럼이나 피킹 솔로에서는 괜찮았지만, 터치가 약한 핑거 스타일에서는 고음이 답답했다. 정확히는 저음이 너무 강해서 고음이 마스킹되는 느낌이다. 핑거링의 비중이 큰 나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긴 서스테인과 양호한 데드스팟

  평소에 서스테인이 긴 기타를 선호하는데, 서스테인이 짧으면 범용으로 사용하기 힘든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타는 배음이 아주 화려한 맛은 없지만 서스테인은 길어서 여러 가지 연주를 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었다

 

  또, 데드스팟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은 점도 구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크기나 음색 모두 내 취향과 거리가 있는 기타였기 때문에 여러모로 더 까다롭게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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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사용하며 느끼는 에이징

  내가 D-35MP에 더욱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기타 줄을 걸어보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이 기타에 맞는 스트링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타 자체의 톤 밸런스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바뀐 기타 줄과는 별개로 하이 프렛의 연주가 더 수월해진 것이다. 아마 고음역이 열리면서 답답한 느낌이 해소된 영향인 것 같다.

 

  또, 거친 소리가 정제 되면서 마틴 기타 특유의 달콤한 소리가 한층 돋보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공존할것 같지 않은 터프&스윗 사운드다. 이렇게 에이징에 의한 변화를 맛보고 나니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취향을 바꿔버린 기타

지금은 넉넉한 울림의 D바디도 좋다

  후보에 없었던 기타를 구입하고서 잘한 결정일까 하는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일 것이다. 수년을 보내면서 좋을 때도 있고,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 기타가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분명 내 취향과는 다른 기타인데 연주할수록 그 취향을 흔들어버리는 기타. 어쩌면 이렇게 매력적인 기타를 만난 것도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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