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의 데드스팟과 해결 방법

  통기타와 같은 어쿠스틱 악기를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데드스팟이다. 사실 이 현상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이런 용어를 접하기 어려울 뿐더러 대부분 관심도 없다. 그러나, 자신의 악기에서 데드스팟을 인지하게 되면 이보다 더 거슬릴 수도 없다. 아마 검색으로 이 글을 찾아오신 분들 역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데드스팟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 같은 문제로 고민이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이 글을 남긴다.

 

데드스팟의 정의

기타마다 서스테인이 현저히 떨어지는 포지션이 있다

  악기를 연주할 때 특정 음에서 서스테인(음의 지속)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을 데드스팟이라 한다. 말 그대로 음이 죽는 지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서스테인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타를 예로 들면 데드스팟에서 탄현 하는 순간 다른 프렛에서 보다 훨씬 더 큰소리가 나지만, 금세 소리가 죽어버린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려면 공명(공진)현상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공명으로 이해하는 데드스팟

  공명은 어떤 물체에 그 물체가 가진 고유 진동수와 같은 파장을 인위적으로 가했을 때 진폭이 커지면서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언뜻 드는 생각엔 '에너지가 증가하는데 왜 서스테인이 죽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위적인 파장의 주체와 공명이 일어나는 주체를 제대로 파악하면 이해할 수 있다.

 

  즉, 외부에서 가한 파장은 탄현시 기타줄의 진동이고, 공명이 일어난 주체는 기타다. 기타의 고유 진동수와 관계없는 모든 음에서는 기타줄의 진동이 자연감쇠할때까지 지속되지만, 고유 진동수에 해당하는 음에서는 기타줄의 진동을 기타가 빠르게 흡수한다. 그래서 기타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진동을 하게 되지만, 기타줄의 진동은 금세 멈춰서 서스테인이 짧아지는 것이다. 

 

어떤 기타에 있나?

모든 기타에는 데드스팟이 있다

  넥이 있는 모든 현악기는 데드스팟이 존재하고, 통기타와 같이 울림통이 있는 악기는 더 잘 느낄 수 있다. 만약 '내 기타엔 없는데?'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두 가지 중 하나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본인이 자주 연주하는 음악이 데드스팟에서 긴 박자로 뺄 일이 없는 경우고, 둘째는 데드스팟이 크로메틱 음계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한 경우다. 예를 들면 어떤 기타의 데드스팟이 G#과 A사이에 위치한다면 두 음 모두 서스테인이 약간 짧게 느껴지지만 극단적으로 짧진 않다. 그래서 연주자의 민감도에 따라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해결 방법

  기타에서 데드스팟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기타줄이 직접적으로 걸려있는 넥과 상판이다. 따라서 기타의 넥과 상판의 질량(무게) 변화를 주면 고유 진동수를 변화시킬 수 있고, 이는 데드스팟의 이동을 의미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데드스팟을 아주 약간만 이동시켜서 크로메틱 음계 사이에 위치시키는 것이다(없애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헤드에 꽂은 G7th 카포

  가장 쉽게 실행할 수 방법은 기타의 헤드에 무거운 추를 달아서 넥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팻 핑거와 같은 제품을 사용해도 되고, 무거운 카포나 튜너를 끼는 방법도 있다. 부착 위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도 해서 여러 위치에 옮겨가며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상판에 부착된 피쉬맨 픽업 프리엠프

  또, 사운드 홀에 부착하는 마그네틱 픽업이라든지 프리앰프를 상판에 부착하는 픽업을 사용하면 기타 상판의 무게를 증가시킬 수 있다. 가끔 피드백 버스터 등을 활용해 사운드홀 전체를 막는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득 보다 실이 많은 방법이라 추천하지는 않는다.

 

  위에 언급한 모든 작업은 데드스팟을 아주 미세하게 옮겨놓을 수 있지만 약간의 음색 변화도 일으킨다. 또, 생각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어서 애초에 굉장히 심각한 데드스팟이 있는 기타라면 그 효과를 못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기타를 구입할 때 연주할 수 있는 모든 곡을 연주해보고, 내 연주에 거슬릴만한 데드스팟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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