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와 통기타의 차이점(외형과 연주에서 느끼는 차이)

  간혹 클래식 기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으로 통기타 레슨을 들을 수 있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같은 튠과 스케일을 가지고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로 인해 어느 정도 한계도 있다. 그렇다면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외형적 차이점

기타의 헤드와 헤드머신

 

통기타(상)와 클래식 기타(하)의 헤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차리는 가장 큰 차이점은 헤드의 모양이다. 위 사진과 같이 클래식 기타는 대부분 헤드에 슬롯이 있는 슬롯티드(Slotted) 헤드를 채용하고 있다. 슬로티드 헤드는 기타줄이 너트(상현주)에서 꺾이는 각도를 크게 하여 기타줄의 탄성을 높이고, 서스테인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짧고, 장력이 약한 나일론 줄을 사용하는 클래식 기타에서 아직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통기타에서 슬로티드 헤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기타에 사용하는 스틸 기타줄을 걸었을 때 튜닝의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그리 많이 쓰지는 않는다.

 

브릿지

 

통기타(좌), 클래식 기타(우)의 브릿지

 

  기타줄을 고정하는 브릿지의 형태도 조금 다르다. 클래식 기타는 브릿지에 매듭을 지어 기타줄을 고정하는 반면, 통기타는 브릿지핀으로 고정한다. 통기타가 이런 형태로 바뀐 것도 스틸 기타줄의 사용과 무관하지 않다(스틸 기타줄은 매듭짓기 어렵고, 장력도 매우 크다).

 

  여담으로 브릿지핀을 사용하는 통기타의 특성으로 인해 브릿지핀의 교체 만으로도 음색 변화를 꽤 할 수 있다. 현재 기타 제조사에서도 플라스틱, 여러 가지 목재, 본(Bone)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악기 리뷰/기타 관련 용품] - 브릿지핀이 통기타 음색에 미치는 영향(제페토 모파인 핀)

브릿지핀이 통기타 음색에 미치는 영향(제페토 모파인 핀)

나는 통기타의 브릿지핀을 교체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교체의 효과를 부정해서라기보다 이미 오래전에 어느 정도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호기심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궁금해서 하나둘씩 바꾸다 보면 어..

acousticchaser.tistory.com

 

연주자의 시점에서 느끼는 차이점

 

기타줄(스트링)의 재질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클래식 기타는 나일론, 통기타는 스틸 기타줄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대신 '나일론 기타와 스틸 기타'로 구분하기도 한다. 간혹 '클래식 기타줄도 금속이던데?'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클래식 기타의 4~6번 줄의 표면에 감겨있는 랩 와이어(Wrap Wire)는 금속일 수 있다. 하지만, 중심에 있는 코어는 나일론으로 되어있다는 점이 통기타 줄과 다르다(요즘은 카본 등 신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재질의 차이 때문에 음색의 차이도 크다. 클래식 기타줄동글동글 말리는 따뜻한 소리가 일품인 대신 어택 감이 약해서 스트럼 연주 시 힘 있게 뻗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통기타 입문자의 경우 스트럼 연주를 많이 하게 될 텐데 클래식 기타를 사용하면 아무래도 연주의 맛이 떨어진다.

 

  반면 스틸을 사용하는 통기타 줄성량이 크고, 힘 있는 소리가 나지만 나일론 줄에 비해서 소리가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기타줄의 굵기, 촉감 등 거의 모든것이 다르다.

 

[스트링/기타줄] - 기타줄 추천 받기에 앞서 종류부터 알아보자

기타줄 추천 받기에 앞서 종류부터 알아보자

애초에 한편으로 정리하려 했던 '기타줄 종류에 따른 음색 특징'에 관한 글을 총세편에 걸쳐 마무리했다. 그래서 세편의 글을 요약하여 종합하는 글의 필요성을 느꼈다. 제목을 조금 다르게 붙여본 것은 검색 키워..

acousticchaser.tistory.com

 

스케일 길이와 넥의 너비

 

클래식 기타의 넥(지판) 너비가 더 넓다.

 

  대부분의 클래식 기타는 통기타에 비해 스케일(현의 길이)이 짧다. 음색적인 영향만 보면 짧은 현의 길이도 앞서 언급한 나일론 기타줄의 특징을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또, 프렛 사이의 간격도 좁아지는데 많이 차이 나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1cm 정도 차이나는 넥(지판)의 너비가 크게 다가온다. 넥이 좁은 통기타를 연주할 때는 엄지 손가락 운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클래식 기타는 거의 불가능하다(최홍만, 하승진 씨 정도면 가능할지도..). 게다가 스트럼 연주 시에는 엄지 손가락 뮤트가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역시 힘들다. 여러모로 스트럼 연주를 하기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

 

  이밖에도 통기타는 넥과 바디의 접합이 14 프렛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클래식 기타는 대부분 12 프렛 조인트라서 하이 프렛 연주가 더 불편한 단점도 있다.

 

개량되어 진화하는 기타

 

개량된 클래식 기타(우)

 

  지난 수백 년간 기타는 연주자의 편의에 맞게 개량되어 왔다. 클래식 기타도 예외는 아니다. 나일론 기타줄 소리를 좋아하지만 넓은 넥을 부담스러워하는 연주자들이 늘어나자 너트 기준 47mm 정도의 비교적 좁은 넥을 가진 나일론 기타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불어 14 프렛 조인트와 컷어웨이 된 기타도 많아져서 더 이상 하이 프렛 연주가 불편하다고 못 박을 수는 없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연주자의 입맛에 맞게 개량된 기타가 많아진 지금은 기타줄의 차이가 가장 유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족)

  단지 줄만의 차이라면 통기타에 나일론 기타줄을 걸면 되지 않을까? 결론은 "안된다"이다. 통기타줄과 클래식 기타줄은 여섯 줄의 굵기가 모두 다르다. 그것은 너트의 홈을 새로 가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타줄의 굵기와 장력의 차이 때문에 좁은 넥에서는 연주의 간섭이 일어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정식으로 출시되는 기타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