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핀이 통기타 음색에 미치는 영향(제페토 모파인 핀)

  나는 통기타의 브릿지핀을 교체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교체의 효과를 부정해서라기보다 이미 오래전에 어느 정도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호기심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궁금해서 하나둘씩 바꾸다 보면 어느덧 기타 한대가 빠지는 가격 문제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릿지핀은 기타줄과 더불어 기타의 음색을 바꾸기 위해 연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옵션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많은 연주자들이 기타 소리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싫증이 나서 변화를 주고 싶을 때 브릿지핀 교체를 시도한다. 

 

  나 역시 조금 시들했던 기타를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브릿지핀을 구입했다. 겸사겸사 얼마나 큰 음색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다시 체감해보고 싶었다. 

 

제페토 모파인 브릿지핀

 

제페토 브릿지핀의 케이스

 

  가장 다양한 브릿지핀을 취급하는 업체는 톤에이드와 제페토 공방이다. 톤에이드의 경우 브랜드 맞춤형으로 제작해주지만, 같은 목재의 핀이 제페토 공방에 비해 두배 가까이 비쌌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페토 공방의 브릿지핀을 선택했다.

 

  많은 핀들 중에 눈에 띈 것은 모파인, 또는 모판 핀이다. 제품 설명에 "마호가니의 따뜻한 느낌과 함께 선명한 음색"이라고 되어 있는데 '핀 하나로 이 두 가지를 같이 살릴 수 있나?' 하는 궁금증에 선택하게 됐다. 조금 충동적인 선택이긴 했지만, 어차피 몇 가지 핀을 사용해보게 될 것 같아서 별생각 없이 골랐다.

 

시그마 000R-1ST의 팩토리 핀은 플라스틱

 

시그마 000R-1ST의 플라스틱 핀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타는 지금은 단종된 시그마 000R-1ST다. 시그마의 엔트리급 탑솔리드 기타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플라스틱 핀이 걸려있다. 약간 색이 바래면 좋겠는데 너무 하얘서 플라스틱 느낌이 더 많이 난다.

 

 

브릿지핀 리무버를 활용하자

 

  제페토 공방의 N스토어는 4만 원이 넘으면 배송비가 무료다. 그래서 37,000원의 모파인 핀과 함께 3,500원짜리 브릿지핀 리무버를 구입했다. 그리 고급스럽진 않지만 사용성이 나쁘진 않았다. 핀 리무버가 있으면 헤드머신을 다 풀지 않고도 브릿지핀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새 기타 줄로 갈면 온전히 브릿지핀으로 인한 변화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핀만 교체했다.

 

외관

 

모파인 브릿지핀

 

  은은한 갈색과 목향인지 오일 향인지 모를 향기가 어우러진다. 사실 외관이 내 스타일은 아니다. 청자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크게 들어가 있다. 무도트 타입이 있는 목재도 있는데 모파인 핀은 없어서 아쉬웠다. 시그마 기타에 잘 맞는데 약간 팍팍한 감도 있다(특히 6번 줄). 그래도 단단히 고정되고 있어서 별 문제는 없겠다. 

 

음색의 변화

 

  시그마 000R-1ST의 소리는 다소 날카롭고, 울림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날카로운 소리를 누그러뜨리고, 울림을 향상시키고 싶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한 대로 나왔지만, 뉘앙스는 독특했다. 

 

  모파인 핀은 플라스틱에 비해 중음역이 강조된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도 고음이 크게 깎이지는 않아서 하이미들이 강조된 화려한 느낌이다. 마호가니 톤이라는 제페토 측의 말에 수긍이 가면서도 메이플 기타의 느낌도 났다. 내가 기타 줄을 워낙 낮게 세팅해두었고, 엘릭서인 영향도 있겠다. 소리가 이렇다 보니 하이미들이 강조된다는 박스우드 핀의 소리도 궁금해진다.

 

  중음이 트이면서 좀 더 가볍게 울리고, 서스테인도 길어졌지만 저음이 강해지진 않았다. 게다가 로즈우드의 정돈된 소리와는 상반되기 때문에 호불호를 탈것으로 보인다. 

 

탑솔리드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다

 

모파인 핀 장착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기에는 유의미한 음색 변화를 체감했다. 2년 넘게 사용했던 기타로 한 실험이니 이 느낌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게 마이크로 녹음했을 때도 느껴질 만한 차이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또, 브릿지핀 교체가 올솔리드 기타와 같은 엄청난 울림 향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큰 기대 없이 소소한 뉘앙스 변화로 즐거움을 느낀다면 아깝지 않을 비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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