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코어 스트링을 추천하는 이유 - DR 썬빔 기타줄
- 스트링/통기타줄
- 2019. 9. 20. 00:10
블로그를 시작한 후 매달 통기타 줄을 교체하다 보니 수명이 남은듯한 기타 줄을 교체할 때면 아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반면 빨리 써보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기도 하는데 DR 썬빔이 바로 그런 기타 줄이다. 배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구입했는데 거의 10년 만에 사용해보는 터라 나도 모르게 은근히 기다려졌던 모양이다.
이렇게 설렘을 갖고 기다린 이유는 DR 썬빔이 조금 특별한 기타줄이기 때문이다. "누런 빛을 띠는 통기타 줄이 다 똑같지 뭐."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왜 썬빔이 특별한지,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상세히 정리했다.
라운드 코어 기타 줄
통기타의 3~6번 줄은 중심선인 코어 스트링과 그 주위를 감고 있는 랩 와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코어의 형태에 따라 헥스 코어 스트링과 라운드 코어 스트링으로 나뉜다. 헥스 코어는 말 그대로 단면이 육각형 모양이고, 라운드 코어는 단면이 원 모양인 스트링이다.
이 중 라운드 코어 스트링은 표면이 둥글기 때문에 헥스 코어에 비해 랩 와이어의 지지가 약하다. 그 때문에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DR 사는 아직도 라운드 코어 스트링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 몇 안되는 업체다. 그렇다고 DR의 모든 기타줄이 라운드코어는 아니고, 썬빔이 대표적인 라운드코어 제품 중 하나다. 아래 링크에서 코어의 종류에 따른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두었다.
[스트링/기타줄] - 기타줄 제조방식에 따른 음색과 연주감 차이(헥스코어, 라운드코어, 코팅 스트링)
제조사에서 언급하는 썬빔의 특징
케이스의 뒷면에는 썬빔의 특징에 대해서 적혀있다. 다른 제조사들보다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사의 기술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썬빔은 손으로 감은(와운딩) 기타줄이고, 타이트 핏 기술을 사용했단다. 라운드코어의 수공 생산은 익히 아는 내용인데 타이트핏 기술은 꽤 흥미로웠다.
타이트 핏은 조금 더 굵은 스트링 재료를 압축하여 감아 원래의 스트링 게이지를 만든다는 내용인 듯하다. 예를 들면 .042 게이지 스트링을 만들 때 .043 게이지에 해당하는 재료를 준비 다음 압축해서 감아 .042 게이지로 만드는 것이다. 코어와 랩 와이어 사이에 데드 스페이스가 없는 라운드 코어라서 가능한 기술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이 말대로라면 훨씬 더 힘 있고, 밀도 있는 소리가 날 것이다.
포스포 브론즈 & 라이트 게이지
DR사의 경우 대부분의 통기타줄을 포스포 브론즈로 생산하고 있고, 80/20 브론즈를 사용하는 경우 제품명에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DR 썬빔도 다른 줄과 마찬가지로 포스포 브론즈만 있다. 게이지는 엑스트라 라이트, 커스텀 라이트, 라이트, 미디엄 이렇게 총 4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이 중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 할 수 있는 라이트 게이지를 선택했다. 기타줄 스펙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알아볼 수 있다.
[스트링/기타줄] - 기타줄 추천 받기에 앞서 종류부터 알아보자
연주감 및 음색
기타 줄을 교체할 때부터 썬빔의 밀도가 높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앞서 언급했던 타이트 핏 기술의 영향인 듯하다. 실제로 연주해보면 굉장히 부드러운데 랩 와이어가 촘촘히 감겨있는 느낌이다. 코팅이 안되어있는 줄이지만 '코팅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코팅현 특유의 미끄러움과는 다른 촘촘한 와운딩에서 오는 부드러움이라 훨씬 더 촉감이 좋다. 게다가 이렇게 촘촘한 와운딩 덕분에 이물질이 덜 끼어서인지 비코팅현이지만 수명도 제법 길게 느껴진다.
음질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서스테인이 길다는 점이다. 이 역시 라운드 코어와 타이트 핏 기술이 지니는 장점의 연장선인 듯하다. 바로 직전에 썼던 산타크루즈 로우 텐션 스트링보다는 저음이 풍부하지만,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소리가 단정하면서도 배음이 풍성하게 올라오고, 고음이 잘 살아있어서 밝은 음색이 돋보인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드래곤 스킨도 밝은 음색이었는데 그에 비해 뻗는 힘이 더 좋고, 배음도 풍부하다. 그야말로 썬빔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소리다.
또, 밝은 음색을 띄는 기타 줄들이 교체 직후에 새 줄 특유의 튀는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썬빔에서는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덕분에 공연이나 레코딩에 즉시 투입해도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을듯 하다. 특히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밝은 소리가 나주니 레코딩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라운드 코어 스트링의 단점
굉장히 매력적인 기타 줄이지만, 다루기는 다소 어려운 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DR 썬빔은 라운드 코어 스트링이고, 코어와 랩 와이어 사이의 지지력이 약하다. 그 때문에 교체나 연주 시 랩 와이어가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기타 줄을 교체할 때는 안정적인 튜닝이 되기 전에 헤드 머신에 남아 있는 줄을 잘라내지 말아야한다. 특히 헤드머신에 감기도 전에 자르면 절대 안된다. 또, 헤드머신에 남아있는 줄을 자를 때에도 "ㄱ"자 모양으로 꺾어서 랩와이어가 풀리는 것을 예방해야한다. 또, 잦은 튜닝변화도 랩와이어가 풀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줄을 풀어놓는 행위를 피하고, 변칙 튜닝을 즐기는 핑거스타일 연주자는 이 기타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랩와이어가 풀릴 확률이 높아진다. 랩와이어가 풀리게 되면 서스테인이 급격히 짧아지고, 소리가 먹먹해지거나 인토네이션이 틀어지게 된다. 케이스 안쪽의 안내문에서는 이를 데드 스트링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수명이 다 한 것이다. 주의 사항을 준수하더라도 간혹 데드 스트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여분의 기타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DR 썬빔을 추천하는 이유
이렇게 번거로운 점이 많음에도 DR 썬빔을 추천하는 것은 역시 라운드 코어 스트링 특유의 강점 때문이다. 즉, 연주 감과 소리가 모든 단점을 커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간혹 데드 스트링이 되는 것을 걱정하여 싫어하는 연주자들도 있지만, 빌드 퀄리티도 좋은 편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실제로 이번에 줄을 교체할 때도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갈았고, 그리 조심하지 않았는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어쨌거나 라운드 코어 스트링을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면 DR 썬빔으로 그 정수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