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온습도계 오아시스 OH-2를 추천할 수 없는 이유(아큐라이트 프로 외 3종과 비교분석)

  통기타와 같은 악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관법이나 관리법에 대해 한번쯤 검색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온습도계가 필수 액세서리로 등장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부분의 악기가 온습도의 변화에 예민하고,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측정장비인 온습도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어지는 두번째 고민은 어떤 온습도계가 정확한가 하는 것이다. 물론 여력이 된다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온습도계를 구입하면 좋겠지만, 이 것은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다. 따라서 가급적 저렴하면서도 정확한 온습도계를 구입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제품설명에 나와있는 오차 스펙 외에는 각 온습도의 정확도를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입소문의 힘을 빌리게 되는데 다수가 정확하다고 하니 보통은 안심하고 쓰게 된다. 어쩌면 그런 제품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오아시스 OH-2가 아닌가 싶다. 

 

정확도에 대한 의심

다습한 여름에도 언제나 50~60% 언저리를 기록하는 오아시스 OH-2

  예전에 오아시스 OH-2에 대한 칭찬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대부분은 정확한 데다 크기가 작아서 기타 케이스에 부착하여 쓰기도 용이하다는 말들이었다. 게다가 오아시스 OH-2를 사용하는 악기점이 많아서 더욱 믿을 수 있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습도계의 정확도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느끼기에도 굉장히 불쾌할 정도의 고습도 상황에서도 OH-2는 항상 정상 범주에 근접한 습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게다가 겨울엔 도저히 기타가 버틸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습도를 가리키기도 했다.

 

  이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확한 온습도계와의 비교가 필요했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무리가 있어서 집안 곳곳에 설치해두었던 온습도계를 한자리에 놓고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온습도계 3종과의 비교(아큐라이트, 아큐라이트 프로, 독일 TFA 아날로그 온습도계)

아큐라이트 프로(좌), TFA 9312-d(상), 오아시스 OH-2(하), 아큐라이트(우)

  오아시스 제품과 비교를 하기 위해 모아본 온습도계는 모두 세 가지다. 빨간색의 아큐라이트 온습도계는 현재 거실에서 사용중이고, 흰색의 아큐라이트 프로는 연습실, 그리고 독일 TFA사의 9312-d라는 제품명을 가진 아날로그 온습도계는 현재 안방에서 사용 중이다. 이렇게 총 4종의 온습도계를 에어컨을 켜지 않은 연습실에서 비교했다. 

 

  사진과 같이 온도 측정값은 거의 같았지만 습도는 모두 다르게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똑같은 수치를 나타내는 제품이 하나도 없으니 조금은 아쉽다. 조금 더 자세한 비교를 위해 측정값과 스펙시트의 오차범위를 표로 정리했다. 

 

  아큐라이트 프로 TFA 9312-d 오아시스 OH-2 아큐라이트 일반
측정 온도(섭씨) 28도 29도 28.5도 28도
온도 오차범위(섭씨) +/- 0.3도 +/- 1도 +/- 1도 추정 +/- 1.1도
측정 습도(%) 60 57.5 51 57
습도 오차범위(%) +/- 2 +/- 3 +/- 5 추정 +/- 3 (20~80% 구간)

  대충 봐도 오아시스 OH-2의 습도 측정값이 가장 동떨어져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리 웹을 뒤져도 OH-2의 오차 스펙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제품이 정확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은 분해능만 보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비교를 해야 하니 일반적인 저가형 온습도계의 오차범위인 +/- 1도, 5%로 정하고 비교했다. 

 

  가장 습도가 낮게 나온 오아시스 온습도계의 오차 범위를 고려한 습도는 46~56%이다. 반면 가장 높게 나온 아큐라이트 프로의 습도는 58~62%이다. 둘 중 하나는, 혹은 둘 다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

 

장소를 옮겨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좀 더 넓은 방으로 옮겨서 에어컨을 켰다가 끈 후 5분 후에 측정했다. 에어컨 바람이나 위치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여전히 오아시스 온습도계가 크게 동떨어진 측정값을 보였다. 

 

  물론 오아시스 온습도계가 혼자 정확하고 나머지 3개의 온습도계가 부정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펙시트에 오차범위조차 표기하지 않은 오아시스 사에 그다지 신뢰가 가진 않는다. 

 

비교군의 부족

 

  그러나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이른 것은 아무래도 비교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오아시스 OH-2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 실험에서 보는 것처럼 정확도도 의문이지만 3만 원 중반대로 가격도 가장 비싼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제품들이 아주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라 당분간 악기용, 기타용 온습도계를 비롯한 소형 제품들을 더 수집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그때쯤에는 이 블로그를 찾는 연주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온습도계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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