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와 마틴 기타의 다른 듯 닮은 행보 - 빈티지와 모던 사이

  기타 연주자들에게 현재 통기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대부분 마틴과 테일러 기타를 언급할 것이다. 그만큼 팬층이 두텁기도 하지만 거의 매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어쿠스틱 마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서로를 의식이라도 하는 듯이 변화의 폭이 크고, 신제품 주기도 빨라진 느낌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구입은 할 수 없지만 그냥 재미 삼아 두 브랜드의 2018년 이후 행보를 비교해봤다.

 

V-Class 브레이싱과 Reimagined

테일러 기타의 V-CLASS 브레이싱

  테일러는 2018년, GA바디(14바디) 라인에 V 클래스 브레이싱을 적용했다. 구조가 완전히 다른 이 브레이싱은 가히 충격적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출시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앤디 파워스가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2014년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2018년은 테일러 기타의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테일러 기타뿐만 아니라 통기타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사건일지도 모른다. 바로 V-CLASS 브레이싱(이하 V 브레이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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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해, 마틴 역시 리이매진드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스탠다드 시리즈를 리뉴얼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X 브레이싱의 포워드 시프팅이었다. 빈티지 시리즈의 상징이었던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을 스탠다드 시리즈에 넣었다는 것은 1938년 이전으로의 회귀를 뜻하기도 했다. 또, 스탠다드 시리즈로 빈티지 라인업을 대신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2019년 올해, 마틴은 빈티지 라인을 단종시켰다. 

 

[통기타 지식in] - 마틴 리이매진드 D-28에 적용된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의 특징(VS 리어워드 시프티드)

 

마틴 리이매진드 D-28에 적용된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의 특징(VS 리어워드 시프티드)

2017년 하반기, '통기타의 표준'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마틴 D-28에 큰 변화가 생겼다. 에이징 토너가 입혀진 상판이나 오픈 기어 헤드 머신 등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적 변화뿐만 아니라 연주 감에 큰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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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양사 모두 2018년에 주력라인 전체를 리뉴얼하는 큰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 주요 내용이 브레이싱의 변화라는 점도 같다. 그러나 테일러는 아예 새로운 시도였고, 마틴은 빈티지로의 회귀였다는 점이 다르다. 이 점은 사운드 측면에서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테일러의 V 브레이싱은 상당히 밀도 있는 소리가 났고, 벙벙 거리는 저음이 줄어서 레코딩 및 믹싱을 하기에 용이해진 듯했다. 반면 마틴 기타는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 덕분에 기존의 스탠다드 시리즈보다 성량이 커지고, 저음이 풍부해져서 언플러그드 상황에서 훨씬 돋보였다. 그야말로 각자의 포지션에 충실한 느낌이다. 

 

그랜드 퍼시픽과 모던 디럭스

마틴 기타의 모던 디럭스

  2019년 초, 테일러는 빈티지 컨셉 바디인 그랜드 퍼시픽을 내놓았다. 현대적 사운드의 대표주자인 GA바디를 모두 리뉴얼했으니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앤디 파워스에 따르면 그랜드 퍼시픽 바디도 V 브레이싱을 설계할 당시부터 함께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V 브레이싱으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면서도 빈티지 성향의 소리를 만들기 쉽지 않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테일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균형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을 듯하다. 

 

[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기타, 빈티지에 도전하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317e, 517e, 717e)

 

테일러 기타, 빈티지에 도전하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317e, 517e, 717e)

지난 2018년, 테일러 기타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브레이싱인 V-CLASS 브레이싱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통기타 제조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X 브레이싱을 근본부터 바꾸는 과감한 시도였다. 놀라운 점은 이런 실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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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해, 마틴은 모던 디럭스 시리즈를 공개했다.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라인업을 등장시켰지만 그 콘셉트는 모던이다. 사실 마틴은 모던 디럭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빈티지적 요소가 더 많다. 다만 소재의 현대화로 더 가볍고 시원한 소리를 내는 기타가 됐다. 

 

[악기 리뷰/통기타] - 마틴 모던 디럭스 - 빈티지에 신소재를 더하다(D-18, D-28, OM-28, 000-28)

 

마틴 모던 디럭스 - 빈티지에 신소재를 더하다(D-18, D-28, OM-28, 000-28)

2018년은 마틴 기타의 역사에 남을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D-28을 필두로 하는 스탠다드 시리즈를 모두 리이매진드(Reimagined) 스탠다드로 재편했다. 넥은 현대의 복잡하고 빠른 연주에도 적합하게 더 얇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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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모던 디럭스 시리즈를 보면서 마케팅 기조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스탠다드 시리즈를 현대화시키고 빈티지 라인업을 고가에 포진시켰다면, 2018년부터는 스탠다드 시리즈를 빈티지화 시키고 모던 라인업을 고가에 포진시킬 생각인 듯 보인다. 현재 18과 28 스타일만 모던 디럭스가 출시됐는데 향후 45 시리즈로도 확대한다는 것을 보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다른 듯 닮은 행보

 

  이렇게 양사의 2018년과 2019년을 정리해놓고 각각 비교해보면 서로 엇갈린 행보가 눈에 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는 양사 모두 빈티지와 모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옛날 소리에 대한 향수와 고해상도의 현대적 사운드, 또는 편의성을 모두 잡고 싶어 하는 눈치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가장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두 브랜드의 경쟁이 즐겁지만, 연주자들의 평가는 언제나 냉정하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것이다. 과연 빈티지와 모던 사이의 이 콘셉트의 승자는 누가 될까? 또, 올 하반기나 2020년엔 어떤 콘셉트의 기타가 나와줄까? 언제나 설렘을 주는 두 브랜드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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