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 기타를 향한 두가지 시선과 개인적인 바람

  2019년 4월, 12년 넘게 이어왔던 콜텍(통기타를 생산하던 콜트악기의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이 잠정 합의로 막을 내렸다. 2007년, 공장 폐쇄 소식에 분노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기다렸던 소식을 듣고도 무덤덤하다. 그만큼 12년이라는 세월이 길기도 했다. 합의문에는 그 흔한 사과 한 줄이 없다는 점과 아직도 일렉기타를 만들던 콜트악기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남을 뿐이다. 

 

과거의 콜트 기타

한 때는 정말 한국 기타의 자존심이었다

  콜트, 또는 콜텍은 기타를 오래전부터 연주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예전부터 다양한 가격대의 기타를 제작했고, 가격에 걸맞은 품질(소위 말하는 가성비) 덕분에 한 때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던 브랜드다. 오죽하면 '묻지 마 콜트'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니 연주자들의 신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적어도 모든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기기 전인 2006년까지는 그랬다. 

 

중국 생산의 콜트 기타

 

  초창기 중국 생산 콜트 기타는 실망 그자체였다. 예전에 깔끔했던 마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셋업 상태가 안 좋으니 좋은 소리가 날리 만무했다. 이러려고 그 사단을 내고 중국으로 갔나 싶을 정도였다. 콜트가 밉기도 했지만 품질로만 봐도 관심이 갈 정도의 기타는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좋지 않았던 콜트에 대한 인식은 희미해져갔다. 반면 생산라인의 안정화를 이룬 콜트 기타의 품질은 점점 좋아졌다. 게다가 스펙 대비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했다. 최근 들어서는 총판이었던 기타넷과 결별하며 직접 유통에 나서면서 가격이 더욱 저렴해졌다. 상황이 이러니 판매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콜트를 향한 두가지 시선

콜트의 베이스기타(좌)와 세미 클래식(우)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품질과 가격만 본다면 콜트 기타를 사용 안 할 이유도, 추천 안 할 이유도 없다. 그만큼 압도적인 가성비를 가진 기타 브랜드다. 이렇게 느끼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콜트가 잘되어서 더 다양한 라인업을 내주길 희망할 수도 있다. 또, 추억이 있는 국산 브랜드라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도 많다.

 

  반면 아무리 좋은 기타를 만들더라도 절대 쓰지 않겠다는 연주자들도 제법 있다. 12년 만에 어렵게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그간의 행태는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아직 일렉기타 공장의 노동자들도 남아 있으니 기업 윤리를 져버린 브랜드라는 인식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듯하다. 

 

  여담이지만 콜트기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같은 가격대에서 비슷한 품질의 기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콜트가 아니라서 구입한 그 기타도 콜트에서 생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해외 유명 기업들의 OEM 생산을 콜트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인기가 높은 시그마 탑솔리드 기타들도 콜트가 생산하고 있다).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이윤창출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자국 생산의 프라이드를 말하면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자존심이 높은 미국의 마틴이나 테일러 기타 조차도 맥시코 생산라인을 늘리는 고민을 하고 있는 시대니 말이다. 그러나 중저가의 기타는 몰라도 고가의 기타들은 자국 생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어쩌면 자존심이라기보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도 구입할 수밖에 없는 대안이 없는 기타를 만든다는 자신감 말이다. 

 

  콜트는 고가의 기타를 포함한 모든 생산라인을 외국으로 이전했다. 대표는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옛날부터 유명 브랜드의 OEM 생산을 도맡으며 일정한 품질의 기타를 대량생산 하는 능력은 좋아졌지만 독자적인 기술은 그다지 없다. 즉, 외형 성장을 이루었지만 내실은 없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이 점에서부터 비롯된 문제라 생각한다.   

 

  중국 다음은 어디인가? 그때는 12년 전처럼 정리가 가능할까? 이런 고민을 벗으려면 지금이라도 독창적인 기타를 만들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비단 콜트기타 뿐만이 아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어쿠스틱 기타의 파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에 걸맞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인적 바람

 

  언젠가 한국에서 콜트 커스텀라인이 부활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이 사단을 내면서 정리한 한국 공장을 다시 부활시킬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독창적인 기술을 앞세운 Made in Korea 기타가 마틴, 테일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아직 남은 콜트악기 노동자들과의 갈등도 원만히 해결하여 이미지 쇄신을 했으면 한다. 적어도 콜트 기타를 사용하는 올드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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