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m 넥(너트 너비)을 가진 클래식 기타 콜트 CEC5

  공연이나 녹음을 하다 보면, 곡에 따라서 클래식 기타와 같은 나일론 스트링 사운드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클래식 기타를 잡아보면 넓고 두툼한 넥 때문에 원하는 연주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마 일렉기타나 통기타를 메인으로 다루는 연주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상황일 것이다. 

 

  이런 연주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클래식 기타도 꾸준히 개량되어 왔다. 50mm가 넘는 너트 폭을 줄여서 47, 48mm 너트를 가진 나일론 스트링 기타가 많아졌고, 급기야 통기타와 거의 같은 45mm 너트를 가진 기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소개할 콜트 CEC5도 그중 하나다. 

 

이름에서 보이는 CEC 시리즈의 컨셉

콜트 CEC5

  제품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하면 그 제품의 컨셉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CEC라는 제품명을 보고 처음에는 Classic, Electric, Cutaway를 떠올렸다. 클래식 기타이고, 픽업이 있고, 컷어웨이가 있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컷어웨이 된 바디

  그래도 단어가 각각 따로 노는 것 같아서 좀 더 말이 되게 만들어보니 'Cort Electric Classic'이 유력해 보인다. 즉, 생소리보다 픽업에 초점을 둔 스테이지용 기타다. 이 정도만 이해해도 이 기타의 특이한 스펙을 납득하며 바라볼 수 있다. 

 

콜트 CEC5의 스펙

 

바디

작고 슬림한 바디다

  CEC시리즈의 바디는 콜트의 SFX시리즈와 동일하다. SFX시리즈는 콜트의 콘서트 바디 라인이라 생각하면 쉽다. 즉, CEC시리즈도 바디가 작고, 얇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풍부한 울림과는 거리가 있다.

 

상판 목재

레드 시더의 결이 좋지는 않다

  CEC5의 상판목은 솔리드 레드시더다. 슬림 바디이기 때문에 울림이 타이트한 스프루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열려있고 따뜻한 톤을 가진 시더가 좋아 보인다. 다만 형편없어 보이는 상판 결은 아쉽다. 이제 이 가격대에서 가지런하고 촘촘한 나뭇결을 바라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측후판 목재

바닥이 반사되어서 그렇지 일반적인 저가기타의 마호가니다.

  측후판목은 마호가니 합판이다. 저가의 합판 기타에서 크게 의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크래프터나 콜트는 그나마 목질이 괜찮다. 그래도 마호가니 특유의 음색을 논하기엔 부족한 스펙이다.

 

넥&지판

3피스 마호가니 넥

  넥은 대부분의 콜트 기타와 마찬가지로 3피스 마호가니로 되어있다. 45mm 너트를 사용한 데다가 슬림한 C쉐입 형태이기 때문에 통기타나 일렉기타 위주의 연주자들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아무 인레이가 없는 지판(내 취향에는 부합한다)

  지판과 브릿지는 오방콜로 되어있는데 로즈우드보다는 표면이 조금 거친 느낌이다. 다만 중음이 도드라지는 오방콜의 음색은 따뜻한 톤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쉬맨 아이리스(프리시스2) 픽업

아이리스+픽업, 현재는 프리시스2로 바뀌었다.

  CEC5에는 피쉬맨의 엔트리급 제품인 아이리스 픽업이 달려있다(지금은 프리시스2로 변경). 스틸 스트링 기타(통기타)에서 접했던 아이리스는 좋다고 말하기 애매한 수준이었는데 나일론 스트링 기타에서는 제법 괜찮았다. 나일론 기타가 메인이 아닌 만큼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CEC 시리즈가 스테이지용 컨셉 제품인 만큼 조금 더 고급 픽업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만약 픽업 사운드에 매력을 못 느낀다면 이 기타의 구매 가치는 매우 낮아진다.

 

너트와 새들

브릿지와 새들

  요즘 대부분의 통기타에서 본너트와 본새들을 사용하는데 반해 CEC5는 PPS 재질의 너트와 새들을 사용했다. 이 것이 원가 절감을 위한 것인지 사운드 디자인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콜트 입장에서는 생산비중이 크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너트 : 3번 줄 슬롯의 추가가공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재질보다는 너트의 가공 상태가 더 아쉽다. 특히 3번 줄의 너트 슬롯은 스트링의 게이지와 맞지 않아서 시시각각으로 튜닝이 틀어진다. 따라서 구입할 때 반드시 너트 세팅을 받아야 한다.

 

[어쿠스틱 에세이] - 콜트 CEC5 클래식 기타 너트 가공기

 

콜트 CEC5 클래식 기타 너트 가공기

내가 가지고 있는 콜트 CEC5는 큰 기대를 갖고 구입한 기타가 아니다. 일단 나일론 스트링 기타가 필요했고, 기왕이면 너트 폭이 좁은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 소리 등 다른 요소는 배제하고 선택

acousticchaser.tistory.com

 

CEC5의 음색

클래식 기타에서는 일반적인 슬로티드 헤드, 그러나 소리가 마냥 클래식 하지는 않다

  클래식 기타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기 때문에 소리에 대해 자세하게 논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다만 확실한 것은 좁은 바디 폭 때문에 반응성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솔로 연주 시 장점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묵직한 저음이나 풍부한 배음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시더 상판 덕분인지 많이 답답하지는 않다. 픽업 사용을 주목적으로 하고, 간간히 생소리를 쓰는 정도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다. 그러나 생소리를 주로 사용한다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CEC5를 선택한 이유(시리즈 비교)

 

  콜트 CEC 시리즈는 1, 3, 5, 7 이렇게 총 네 가지가 있다. 숫자가 클수록 상위 기종이고, 상위로 올라갈수록 목재와 픽업 등에서 차별점이 있다. 아래는 네 기타의 주요 특징을 간단하게 표로 정리했다.

  CEC1 CEC3 CEC5 CEC7
상판 스프루스(합판) 스프루스 레드 시더
측후판(합판) 아프리칸 마호가니 포 페로
일렉트로닉스(픽업) Cort CE304T 피쉬맨 프리시스2 피쉬맨 프리시스

  앞서 말한 대로 이 시리즈의 컨셉에 있어서 픽업이 중요하기 피쉬맨 픽업이 달린 제품을 선택했다. 요즘은 은근히 피쉬맨을 무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공연을 해보면 항상 무난한 퍼포먼스를 내주는 피쉬맨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선택한 CEC5와 CEC7이 레드 시더 상판을 사용하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프리시스2는 2밴드 EQ, 프리리스는 3밴드 EQ 프리엠프를 가지고 있다. 이미 외장 프리엠프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가격은 14만 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CEC7의 매력이 그만큼 반감된다. 물론 측후판이 다르기 때문에 온전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로즈우드가 아니면서 합판이기까지 한 CEC7을 14만원 더 주면서 구입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연 후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고, CEC5의 구매로 이어졌다.  

 

  이 기타의 또 다른 구매 포인트는 45mm 너비의 너트다. 게다가 비슷한 조건의 기타 중 저렴한 편이기까지 해서 원포인트로 사용할 목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이와 같이 제품의 컨셉과 사용목적을 잘 이해하고 구입한다면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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