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라 기타 너트 셀프 교체기(VGACMM)

  작년에 썼던 비일라 VGACMM 리뷰에서 너트 슬롯 간격을 단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이 기타를 사용하고 있는 지인도 좁은 줄 간격으로 인해 연주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 점을 완전히 해결하려면 너트를 교체하는 수 밖에는 없어서 일단 리페어 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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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찮은 너트 교체 비용

  대구에서 블랭크 너트를 가공해주는 악기점이 그리 많지 않다. 그중 나름대로 정교한 작업을 한다고 판단한 문기타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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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기타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너트 재료비와 수공비, 기본 세팅비를 포함해 8만 원이라는 가격은 저가 기타에 투자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이 기타를 중고로 10만 원에 구입한 지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비용도 절약하고 경험도 쌓아볼 겸 직접 너트를 교체해보기로 했다.

 

가공해서 판매하는 너트는 대부분 엉터리다

  먼저 가공되어있는 너트를 구입해서 교체할 생각으로 다른 악기점을 찾았다. 예상대로 가공된 너트가 있었고, 슬롯의 간격을 비교해보려 기존의 너트에 대어 보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간격이 너무도 똑같았다. 어디서 구입하든 똑같을 것이라는 직원의 말은 더욱 충격이었다. 심지어 다른 브랜드 기타 여러 대에 대어봐도 다 똑같은 간격이었다. 너트 슬롯 간격이 좁은 것은 비단 비일라 기타만의 단점은 아니었던 셈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는 가공된 너트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가로, 세로, 높이에 대한 수치는 있어도 슬롯 간격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에 사진상에서 최대한 간격이 넓어 보이는 제품으로 선택했다.

 

기존의 너트와 새 너트의 슬롯 간격이 똑같다

  결과는 실패였다. 다른 너트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직원의 말을 흘려들은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블랭크 너트를 가공하는 무리였기 때문에 1차 가공만 된 너트를 찾아봤다. 다행히 딱 한 제품이 있었다.

 

1차 가공 된 고또 본 너트

뮤즈텍이 수입하는 고또 본 너트

  1차 가공만 된 너트가 꽤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고또 제품 밖에는 없었다. 그마저도 규격이 조금 달라서 귀찮은 작업을 추가로 해야만 했다. 

 

규격이 맞지 않아 1mm 갈아내었다

  비일라 기타는 너트 사이즈가 43X9X5mm인데 고또 너트는 43X9X6mm다. 따라서 비일라 기타의 너트 홈에 맞추려면 1mm를 더 갈아내야 한다. 고작 1mm인데 갈아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슬롯 간격 체크

시그마 기타의 너트를 따라 가이드 라인을 표시했다

  내가 가진 43mm 너트 기타 중에서는 시그마 기타가 슬롯 간격이 가장 준수했다. 그래서 시그마 기타의 너트 슬롯에 맞춰서 가이드 라인을 표시했다. 간격을 너무 넓히면 1번 줄이 프렛을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번 확인했다.   

 

본격적인 슬로팅 작업

새 너트로 교체했다

  슬로팅에 앞서 기존의 너트를 제거하고, 새 너트를 붙였다. 고무 망치가 없어서 본드로 붙어있는 너트를 어떻게 제거하나 했는데 뒤로 젖히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떨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본드 제거제 등을 사용하면 더 쉽게 제거할 수 있단다.

 

최대한 줄 높이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본드를 조금 써서 새 너트를 붙여주고, 겸사겸사 스트링도 교체했다. 그리고, 미리 표시한 가이드를 따라 슬로팅을 시작했다. 너트의 경우 슬롯을 너무 깊이 파버리면 새 것을 다시 작업해야만 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튜닝을 다시 해보면서 신중히 작업했다. 이 과정에서 1, 3번 줄은 잘 끊어질 수 있으니 너무 여러 번 풀었다 감았다 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용절감과 만족스로운 결과

계산대로 줄 간격이 잘 나와줬다

  시간이 많이 들긴 했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슬롯의 간격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버징이 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줄 높이를 낮췄기 때문에 기존의 너트를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연주 감이 좋아졌다. 

 

  또, 고또 너트의 가격이 만 원이니 한 번의 구매 실패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비용 절감을 이루었다. 다만, 슬로팅 파일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니 단순히 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어쨌거나 너트 가공에 조금 더 자신감이 붙었으니 이래저래 얻은 것이 많은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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