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로즈우드 올솔리드 기타 SOMR-28

  2017~8년, 상당수의 기타 브랜드들처럼 시그마도 로즈우드 측후판 기타들을 단종시키기 시작했다. CITES(멸종위기 동식물 교역 협약)에 모든 로즈우드 수종이 포함된 결과였다. 그러나 2019년 말, 로즈우드가 CITES 목록에서 빠졌음에도 단종되었던 기타들이 모두 부활하지는 않았다. 이미 대체목으로 원가절감을 이루었는데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못느낄만도 하다.

 

[통기타 지식in] - 로즈우드 악기에 대한 CITES 해제가 기타 업계에 미칠 영향

 

로즈우드 악기에 대한 CITES 해제가 기타 업계에 미칠 영향

2019년 11월, CITES(멸종 위기 동식물 교역 협약)에서 로즈우드로 만든 악기가 제외되었다. 2017년 1월 2일 대부분의 로즈우드를 2급 관리 수종으로 지정한 지 거의 3년 만이다. 3년 만에 로즈우드의 수

acousticchaser.tistory.com

  그래도 올솔리드 쪽으로는 수요가 있는지 로즈우드 측후판 제품들이 일부 등장했다. 지인의 요청으로 구매한 SOMR-28도 그 중 하나다. 

 

시그마 기타 제품명의 규칙

시그마 SOMR-28

  SOMR-28의 'S'는 Solid를 뜻한다. 즉, 시그마의 올솔리드 기타들은 모델명 첫머리에 S가 붙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OM'은 바디 스타일을 의미한다. OM과 000은 같은 바디를 공유하는데 시그마에서는 너트 사이즈로 차별을 두는 모양이다. OM은 44.5mm 너트를 사용하고, 000은 43mm이다. 너트 사이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다루겠다.

 

  'R'은 로즈우드를 뜻하며, '28'은 마틴 기타의 28시리즈와 같이 시트카 스프루스 상판과 로즈우드 측후판의 조합을 의미한다. 외관도 비슷하지만 제품명에서도 마틴 기타의 카피 컨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가운 로즈우드 측후판

측후판은 로즈우드다.

  시그마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로즈우드다. 올솔리드급이라고 특별히 결이 곧거나 선명한 것은 아니다. 어느 브랜드 할것 없이 목재 품질은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대체목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에보니 지판과 브릿지

에보니 지판과 브릿지, 염색된 것으로 보인다.

  시그마는 로즈우드 측후판 기타를 단종시키면서 탑솔리드 기타의 지판과 브릿지 소재로 미카르타를 사용했다. 기타에서 로즈우드라는 소재는 완전히 빼버린 것이다. 그래도 일부 올솔리드 기타에서는 에보니를 사용했다. SOMR-28도 그 중 하나다.

 

  에보니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미세하게 검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미카르타와 구분하기 쉽지 않았던 것은 검게 염색을 했기 때문이다. 이 가격대의 에보니에는 흔히 있는 일이다.

 

스케일 길이와 인레이

  스케일 길이는 645mm다. 시그마 기타는 대부분 콜트에서 OEM 생산하고 있는데, 콜트 기타와 비교하면 스케일이 2mm 더 길다. 완전히 다른 라인으로 생산하는 것인가 싶다가도 어차피 CNC 가공일테니 별로 상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운드홀 로제트와 바인딩은 플라스틱이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청자개를 사용했지만, 스노우 플레이크 스타일의 인레이가 단아해 보인다. 또, 바인딩과 사운드홀 로제트는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더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SOMR-45을 고려할 수 있다.

 

3피스 마호가니넥

절묘한 톤의 마호가니 넥

  처음에 1피스로 보였지만 칠을 교묘하게 했을 뿐 3피스 넥이 맞다. 사진엔 잘 나오지 않았지만 헤드와 넥힐 쪽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마치 오래 사용해서 바랜것 처럼 로우프렛쪽을 밝게 마감해두었다. 그러고보니 상판에도 에이징 토너가 조금 들어가있다. 

 

그로버 빈티지 헤드머신

그로버 빈티지 머신헤드

  헤드머신도 빈티지 컨셉에 맞춰져있다. 요즘 빈티지 헤드머신이 유행하지만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가격대비 조작감이 좋지도 않을 뿐더러 오래 지나면 이물도 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로버의 튜너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헤드 로고

  시그마 기타의 헤드로고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2019년이다. 아마 이 전의 로고가 마틴 기타와 너무 비슷한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기타도 거의 비슷한데 헤드 디자인과 로고까지 닮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시그마 기타의 헤드 로고

  아쉬운 점은 바뀐 로고의 디자인이다. 고딕체의 'SIGMA'도 그렇지만 수학기호를 연상시키는 '∑' 는 왜 넣은 것일까? 차라리 '둘 중 하나만 하지..'하는 생각도 든다.

 

44.5mm 너트 너비와 로우 프로파일 넥

44.5mm 너트

  통기타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너트 너비와 넥쉐입이다. SOMR-28은 너트 너비가 44.5mm로 저가 기타에서 익숙한 43mm보다 1.5mm정도 넓다. '겨우 1.5mm 정도로 뭘..'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너비 차이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 기타를 구입한 지인도 그 중 하나다. 

 

  44.5mm 너트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기타를 주문한 것은 '로우 프로파일 넥'이라는 스펙시트를 봤기 때문이다. 즉, 슬림한 넥이기 때문에 너트가 조금 넓어도 크게 버겁지 않을거라 판단했다. 지인의 손이 크고, 손가락이 굵었던 점도 이 판단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생각과 실제는 다르다. 더군다나 내 손도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대한 짐작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연주자에게는 44.5mm 또는 45mm 너트가 구매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시연을 해보고 구입할 것을 권한다. 

 

[통기타 지식in] - 통기타 구입 요령 - 구매 전에 꼭 체크하자

 

통기타 구입 요령 - 구매 전에 꼭 체크하자

통기타를 배우기 전이거나 갓 시작한 입문자는 자신에게 잘 맞는 기타를 구입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 기타를 잘 아는 지인과 상의 후 악기점에 동행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

acousticchaser.tistory.com

 

음색

 

  시그마 기타 특유의 건조하고 공격적인 기조가 남아있지만, 올솔리드 기타의 부드러운 소리에 희석된 느낌이다. 오히려 부드러움 속에서 명료한 고음이 돋보인다. 또, 저음의 펀치감 역시 적당해서 OM바디의 맛을 아는 연주자라면 대부분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날이 서있는 소리가 불만이라면 플라스틱 브릿지핀을 목재로 교체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혹시 마틴 기타의 묵직한 소리를 바란다면, 기대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적당히 밝은 톤을 좋아한다면 오히려 더 취향에 맞을 수도 있다.  

 

하드케이스가 아닌 폼케이스

시그마 기타의 폼케이스

  SOMR-28은 폼케이스가 기본 옵션이다. 아무래도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래도 올솔리드 기타에 폼케이스라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반전이라면 이 폼케이스가 구매욕을 일으킬 정도로 품질이 괜찮다는 것이다.

 

수납공간은 하나다

  일단 폼이 두툼해서 파손의 염려는 없어보인다. 보통 이런 케이스들이 대부분 무거운데 반해 무게도 가볍다. 물론 저가 소프트백 만큼 가볍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수납공간이 한군데라 아쉽긴 한데, 어차피 기동성을 살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라 생각하면 희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케이스만 따로 구할 수 있다면 하나 구입하고 싶다.

 

시그마 SOMR-28에 대한 총평

  가성비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은 시그마이지만, 적어도 올솔리드인 SOMR-28은 가성비 기타라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소리와 품질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하드케이스가 옵션에서 빠진 만큼 좀 더 신경써서 관리할 필요는 있겠다.

 

  또, 기존에 44.5mm 넥을 써보지 않았다면 반드시 시연을 해보고 구입하길 권한다. 넥감 또한 얇다고 무조건 편한 것은 아니니 더더욱 말이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