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기타를 배우려면 통기타부터 배워야하나요? - 레슨에 관한 질문
- 어쿠스틱 에세이
- 2019. 9. 4. 09:17
통기타 레슨 중에 기타를 배우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종종 묻곤 한다. 사실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는 그 이유가 별로 중요하진 않다. 이유가 어찌 됐건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는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저 스스로 기타를 배우게 된 계기를 생각하고, 말하면서 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정도다.
조금은 식상한 질문이고, 대답도 뻔히 보이는듯 하지만 가끔 의외의 답이 나오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일렉기타를 배우기 위해서 통기타를 배운다."라는 답이었다. 기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구전되는 이야기지만, 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찬 어조의 대답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통기타는 쉽고, 일렉기타는 어렵다?
일렉기타를 배우기에 앞서 통기타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이기도 하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코드와 주법 위주인 통기타 레슨의 초반 커리큘럼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통기타는 쉽게,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발전했고, 일렉기타 수업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뎠다. 그 때문에 초반에 일렉기타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통기타와 일렉기타는 기본적으로 음계(스케일)가 동일한 악기이기 때문에 같은 커리큘럼으로 시작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기타줄의 장력은 일렉기타가 훨씬 더 약하니 오히려 접근하기 쉬운 쪽은 일렉기타일 수도 있다.
엠프, 이펙터 등의 부가장비
가끔 통기타와 일렉기타 중 어느쪽이 더 비싸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다. 기타 가격이야 천차만별이지만, 통상적으로 통기타와 일렉기타의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통 울림 자체를 즐기는 통기타와는 달리 일렉기타는 소리를 내주는 엠프나 이펙터와 같은 음향장비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저렴한 엠프를 구입하더라도 +5만 원 정도는 더 생각해야 하는데 입문용의 저렴한 일렉기타가 10만 원 중반 대라고 생각하면 5만 원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감적인 가격이 저렴한 통기타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같지만 다른 악기
앞서 언급한대로 통기타와 일렉기타는 여섯 줄의 음계가 같은 악기다. 그 덕분에 스케일 포지션이나 코드 운지법 등 여러 가지가 동일하다. 하지만, 자체적인 울림으로 소리를 내는 통기타와 달리 픽업으로 소리를 내는 일렉기타는 기타 줄의 장력이 강할 필요가 없다. 이런 장력의 차이 때문에 입문 단계에서 통기타는 기타 줄을 강하고 정확하게 잡는 연습을 해야 하는 반면, 일렉기타는 줄이 밀려서 피치가 틀어지지 않도록 잡는 연습 해야 한다.
또, 일렉기타는 드라이브나 디스토션 같은 높은 게인의 이펙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하울링을 방지하기 위해 뮤트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즉, 스케일은 같지만 구조적 특징과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배웠더라도 적응기간은 필요한 셈이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기타를 선택
그렇기 때문에 일렉기타를 배우기 위해서 통기타를 선택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애초에 두 기타 모두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몰라도 일렉기타를 훨씬 더 하고 싶은데 통기타를 배우면서 참을 필요는 없다. 비용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부가적인 음향장비 때문에 일렉기타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할 것이라면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 길게 보면 오히려 통기타 가격만큼 더 지출할 뿐이다.
일렉기타든 통기타든 오래 배우고, 다양한 연주를 하다 보면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통기타라고 코드 연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일렉 기타로도 솔로 연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어느 한쪽이 수준급이 되면 서로 도움이 되는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통기타를 먼저 배우기보다는 더 하고 싶은 기타를 선택해서 배우고, 필요할 때 나머지 기타를 배워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