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모던 디럭스 - 빈티지에 신소재를 더하다(D-18, D-28, OM-28, 000-28)

  2018년은 마틴 기타의 역사에 남을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D-28을 필두로 하는 스탠다드 시리즈를 모두 리이매진드(Reimagined) 스탠다드로 재편했다. 넥은 현대의 복잡하고 빠른 연주에도 적합하게 더 얇아졌고, 브레이싱은 모두 포워드 시프티드 X브레이싱으로 바꿨다. 포워드 시프티드 브레이싱은 마틴의 빈티지 시리즈에서 사용하던 브레이싱이니 넥은 현대화시키되 음색은 빈티지화 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이 것이 모던과 빈티지의 조화,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리이매진드 스탠다드를 발표했을 때 위상이 애매해진 빈티지 라인을 단종시킬 것으로 예상했는데 적중했다. 마틴은 2019년 빈티지 라인을 단종시키고, 모던 디럭스(modern Deluxe)라는 새로운 라인을 발표했다. 이렇게 글로만 접하면 '기존의 스탠다드를 빈티지화 시키고, 모던한 사운드의 기타를 상위 라인으로 올려서 마케팅하겠다는 심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던 디럭스를 뜯어보면 단어처럼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름은 모던, 하지만 빈티지 옵션이?

OM-28 모던 디럭스(좌), 골드 오픈기어 헤드머신(우)

  이름은 모던 디럭스이지만 이 시리즈 기타들의 곳곳에 빈티지 옵션이 들어가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VTS가 적용된 상판이다. VTS는 기타의 상판을 구워서 어느 정도 에이징 된 사운드를 내는 기술이다. 마틴의 최상위 라인인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어센틱 시리즈에서만 접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모던 디럭스에 적용되었다. 골든 에라(Golden Era)라고 불리는 과거의 소리를 복각하기 위한 기술임을 감안했을 때 이 것은 빈티지 사운드를 위한 옵션이라 볼 수 있다. 또, 골드 색상의 오픈 타입 튜너나 빈티지 디럭스라는 넥 쉐입 역시 빈티지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소재를 현대화시켰다

레드닷이 찍혀 있는 리퀴드 메탈 브릿지핀

  이렇듯 빈티지 옵션이 대거 들어가 있음에도 '모던'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소재의 현대화에 있다. 먼저 브릿지 플레이트에 카본 섬유를 써서 상판의 무게를 줄였다. 또, 리퀴드 메탈로 만든 브릿지 핀을 장착해서 브릿지 핀의 진동 흡수로 인한 울림 손실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상판뿐만 아니라 브레이싱까지 VTS를 적용해 무게를 줄였으니 아주 작정하고 상판 울림을 극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트러스 로드 홀(좌)과 이보 골드 프렛(우)

  소재의 현대화는 넥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트러스 로드를 티타늄으로 제작했고, 렌치 직경도 줄여서 무게를 기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였다. 또, 이보 골드 프렛(Evo Gold Fret)을 적용해서 기존의 니켈 프렛과 음색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내구성을 높였다. 

 

소리는 빈티지일까, 모던일까?

  이쯤 되면 소리가 몹시 궁금해진다. 설계는 빈티지인데 소재는 모던이니 과연 어떤 소리가 날까? 일단 굉장한 성량과 울림을 뽐낸다. VTS와 신소재 파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음색은 기존의 마틴 기타들보다는 상당히 가볍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경량화에 따른 영향인 듯싶다.

 

  다만 이런 음색의 변화로 호불호가 다소 갈릴 듯싶다. 신규로 마틴 기타를 구입하는 연주자들은 상당히 좋다고 느낄 것이고, 기존에 마틴 기타를 쓰던 연주자들은 이질감을 느낄 것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D-28 모던 디럭스와 D-41이 거의 비슷한 가격이니 상당히 고민이 되는 포지션이다.

 

모던 디럭스는 총 4종의 기타로 출시

헤링본 바인딩(좌), 청자개 로고(우)

  모던 디럭스는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 있었던 D-18, D-18, OM-28, 000-28 이렇게 4종으로 출시됐다. D-18을 제외한 3종의 기타는 가격이 동일하다. 내게 가장 인기 있을 기타를 한대 꼽으라면 가격이 저렴한 D-18이겠지만, 워낙 D-28의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결과가 다를 수도 있겠다.

 

모던과 빈티지의 조화

  마틴 기타는 늘 빈티지를 추구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연주자들의 요구에 응답해 왔다. 연주자들은 시대에 따라 다른 요구를 했고, 지금 내놓고 있는 기타들이 그 결과물이다. 어쩌면 이 것이 200년에 가까운 기간 기업을 유지시켜 온 비결이 아닐까 싶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엔 또 어떤 새로운 기타들이 등장할까 즐거운 기대를 해본다.

 

사진출처 : 마틴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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