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타줄'의 대명사, 마틴 M140 스트링

  악기점에서 "기타 줄 주세요." 하면 사장님은 빨간색 종이 상자를 꺼내 주시곤 했다. 오래전부터 기타를 연주해 온 사람이라면 이 빨간 상자(마틴 M140)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 상자는 비닐 팩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어센틱 시리즈로 리뉴얼(MA140) 되면서 단종되었다. 

 

  그렇게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마틴 M140을 온라인 구매 사은품으로 받게 됐다. 여기서 리뷰를 한다고 해도 이제는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이지만, 예전 빨간 상자 시절의 감성도 추억할 겸 몇자 끄적인다. 

 

빨간 상자가 아니라 아쉽다

마틴 M140

  내가 받은 사은품은 비닐 팩으로 리뉴얼 된 M140이다. 아직도 빨간 상자에 포장된 M140 새 제품이 있을까? 왠지 있다고 해도 상태가 온전할 것 같지는 않다. 비닐팩으로 리뉴얼한 이유도 제품 수명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비닐 포장 덕분인지 생산된 지 최소 수년은 됐을 기타 줄의 컨디션은 썩 괜찮았다.

 

M140은 80/20브론즈의 라이트 게이지 스트링

  요즘은 포스포 브론즈의 인기가 훨씬 많지만, 그 시절에는 M140과 같은 80/20 브론즈도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80/20 브론즈가 장력의 부담이 덜한 것도 있지만, 아마 포스포 브론즈 대비 저렴한 가격 덕분이었을 것이다. 

 

게이지와 총 장력을 표기하고 있다

  제품 포장의 뒷면에는 M140 각 줄의 게이지와 총장력을 표기해 두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라이트 게이지이지만, 타사에 비해 3번줄과 6번 줄이 0.001인치 더 굵다. 이 점이 마틴만의 음색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기타 줄의 성분과 게이지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로 대신한다.  

 

[스트링/통기타줄] - 기타줄 추천 받기에 앞서 종류부터 알아보자

 

기타줄 추천 받기에 앞서 종류부터 알아보자

애초에 한편으로 정리하려 했던 '기타줄 종류에 따른 음색 특징'에 관한 글을 총세편에 걸쳐 마무리했다. 그래서 세편의 글을 요약하여 종합하는 글의 필요성을 느꼈다. 제목을 조금 다르게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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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도 1,2번 줄에는 주석 도금을 했었다

개별 포장되어 있는 여섯 줄

  마틴은 여섯 줄을 모두 낱줄 포장하는데 1, 2번 줄에 'Tin Plated Steel'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어센틱 시리즈에서 변화한 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기에도 주석 도금을 했었나 보다. 아마 다른 줄의 코어 스트링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 정확하진 않다.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기타 줄들이 대부분 코어 스트링이 유연했는데, 마틴 스트링 역시 그렇다. 블로그에 기타 줄 관련 글을 쓰기 이 전에 나왔던 줄이지만 '이 때도 코어가 유연했구나' 하고 새삼 감탄했다. 

 

[스트링/통기타줄] - 기타줄에도 붙은 그 이름 마틴 어센틱 스트링 MA540

 

기타줄에도 붙은 그 이름 마틴 어센틱 스트링 MA540

2019년, 마틴 기타는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모던 디럭스 라인을 새롭게 출시함과 동시에 SP 시리즈 등 주력 기타줄도 리뉴얼했다. 새로운 기타줄의 이름이 무려 어센틱이다.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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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부드러운 톤이 돋보인다

  80/20 스트링을 오랜만에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톤이 부드럽다. 아마 포스포 브론즈보다 펀치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강조되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저음이 포스포 브론즈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밝고, 화사한 톤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특성이 기타와 잘 맞으면 매력적인 소리가 날 것이고, 아니라면 다소 날카롭고 귀를 찌르는 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고음 톤이 한 풀 꺾이면 차가운 느낌이 덜해지는데, 이 소리가 처음보다 더 괜찮다.

 

교체한 기타줄 - 비코팅 현은 수명이 늘 아쉽다

  다만, 코팅 스트링이 아니다보니 좋은 톤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보통 80/20 브론즈 스트링들은 포스포 브론즈보다 수명이 더 짧으니 이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큰 바디 기타, 스트럼에 더 잘 어울린다

 

  마틴 D-35MP는 저음에서의 펀치감이 돋보이는 기타다. 여기에 M140을 걸었더니 펀치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부드러운 스트럼 소리는 상당히 매력있게 들렸다. 반면, 펀치감이 약해지다 보니 아르페지오에서의 존재감은 조금 아쉽다. 만약 어떤 식으로든 저음과 펀치감이 약해지는 것이 싫다면 이 줄은 아니다. 

 

[악기 리뷰/통기타] - 마틴 D-35MP : 대포처럼 터지는 시원한 저음을 가진 통기타

 

마틴 D-35MP : 대포처럼 터지는 시원한 저음을 가진 통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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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코어가 부드러워 연주감이 좋고, 특유의 음색이 매력 있어서 예전에 가지고 있던 좋은 기억들이 그저 추억 보정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나도, 사용하는 기타도 바뀌었으니 절대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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