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GS 미니 대신 선택한 펜더 PM-TE
- 악기 리뷰/통기타
- 2021. 12. 1. 23:00
바야흐로 작은 기타의 전성시대다. 영원히 기타의 표준일 것만 같았던 드레드넛 바디보다 OM 바디 인기가 돋보이고, 심지어 주니어, 또는 여행용 기타로 등장한 미니 기타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그리고, 이런 미니 기타 인기의 중심에 테일러 GS미니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기 절정의 GS미니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스펙 대비 너무 비싼 가격이다. 탑솔리드 스펙이지만, 가격은 왠만한 올솔리드 기타를 상회하니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또, '같은 가격이면 올솔리드 미니 기타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오셨으리라.
올솔리드 미니 기타
그렇게 최후까지 고민한 두 대의 올솔리드 미니 기타는 이스트만의 ACTG-1과 펜더 PM-TE다. 정가 기준으로 ACTG-1은 54만 원, PM-TE는 85만 9천 원이다. 둘의 가격 차가 큰데도 불구하고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한 것은 단골 악기점 사장님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재고 악기 처리). 아주 좋은 가격을 제시받기도 했고, ACTG-1을 연주해보기 위해서는 부산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기 때문에 펜더 PM-TE를 최종 선택 했다. 이 글에서는 펜더 PM-TE의 구매 포인트와 사용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자세히 적어볼까 한다.
펜더 PM-TE의 스펙
PM-TE의 T는 Travel, E는 Electric을 뜻한다. 즉, 여행용 콘셉트이며 픽업도 있는 기타라는 것을 제품명으로 유추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제조사와 판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스펙시트다. 나름대로 상세해서 기본적인 정보는 여기에서 얻을 수 있다. 이후의 내용은 스펙시트로는 알 수 없는 상세 사양들이다.
GS미니와 거의 같은 바디
GS미니는 테일러 GS바디의 3/4 사이즈다. 펜더 PM-TE도 모양과 크기가 거의 같다. 다만 GS미니의 후판이 볼록한데 반해 PM-TE는 거의 평평(아주 약간 라운드)하다. 아마 솔리드 후판을 볼록하게 성형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시트카 스프루스와 마호가니 조합의 무광 기타
상판은 시트카 스프루스이고, 측후판은 마호가니로 제작되었다. 아마도 아프리칸 마호가니가 아닐까 싶은데 제법 음색도 좋고, 목질이 좋아보인다. 상판에 쓰인 시트카 스프루스 또한 외관상으로는 GS미니의 그것보다 좋아 보인다.
또, 대부분의 다른 미니 기타들과 마찬가지로 오픈 포어 방식의 무광 마감이다. 이 방식의 마감을 좋아하지 않지만, 미니 기타와는 궁합이 잘 맞다고 생각한다.
숏 스케일의 슬림한 넥과 오방콜 지판
펜더 PM-TE는 23.5인치의 숏 스케일을 사용하고 있다. 손가락이 아주 굵은 사람이 아니라면 프렛 간격으로 인해 연주가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슬림한 C쉐입의 넥이라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숏 스케일이지만 14 프렛 접합이다. 올 솔리드 미니기타를 찾는 과정에서 팔러 기타를 배제한 것은 12 프렛 접합이 은근히 불편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이 프렛을 많이 사용하는 연주자들은 이 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다.
지판 목은 오방콜을 사용했다. 콜트 또는 콜트 OEM의 많은 기타들이 로즈우드의 대체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특이한 점은 아니다. 이 기타와 어울리는 음색을 생각하면 오히려 로즈우드 보다 나은 점도 있다.
43mm 본 너트
PM-TE는 43mm 너트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12 프렛에서의 지판 폭을 재어보면 스탠더드 스케일을 사용하는 기타들보다 좁다. 즉, 하이 프렛으로 가면서 지판이 넓어지는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실제 연주 감은 더 좁다고 느껴질 수 있다. 연주 성향에 따라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른손이 화려한 핑거스타일 연주를 즐긴다면 조금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오른손 연주하는 부분의 줄 간격도 그만큼 좁기 때문이다). 스케일이 짧은 만큼 다른 미니기타도 마찬가지라 생각하지만, 좀 더 자세한 비교가 필요할 것 같다.
본 새들과 에보니 브리지 핀
너트와 마찬가지로 새들도 본(Bone)이다. 요즘은 엔트리급 기타에도 적용되는 스펙이라 특이점은 없다. 그래도 에보니 핀을 사용한 것은 반가운 사실이다.
여담으로 브릿지도 지판과 같은 오방콜을 사용했다.
조금은 아쉬운 픽업
피쉬맨과 펜더가 합작했다는 이 픽업의 소리 자체는 준수하다. 다만 소스가 피에조 하나뿐이기 때문에 콘덴서 마이크가 있는 픽업들 보다는 아쉽다. 미니 기타라지만 올 솔리드인데 조금 더 고급 픽업이 달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측판에 붙어 있는 프리엠프는 스타일리시하다. 그러나 2 밴드 이퀄라이저는 조금 아쉽다. 또, 내장된 튜너는 반응이 너무 느려서 사용하기 어려우니 없는 셈 치는 게 좋겠다.
큰 헤드와 오픈 기어 빈티지 헤드 머신
미니 기타 치고는 헤드가 큰 편이다. 이는 곧 넉넉한 사이즈의 헤드 머신을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미니기타용 헤드 머신은 그립이 좋지 않다). 나는 헤드가 큰 스타일을 좋아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지만 취향이 갈릴 수 있겠다.
헤드머신은 오픈 기어 스타일인데 별도의 브랜드가 적혀있진 않다. 그래도 그립감이 좋고, 머신이 돌아가는 느낌이 나쁘진 않다. 기어비도 평이한데 숏 스케일이라 그런지 튜닝의 안정성은 스탠더드 스케일보다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근데 이 것은 모든 미니기타의 태생적인 문제이니 딱히 이 기타만의 단점이라 하긴 어렵다.
디테일이 있는 디자인
GS미니는 비싼 가격에 비해 싼 기타의 느낌이 물씬 난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생산품은 목질이나 바인딩 후판 브레이싱 등에서 대놓고 원가 절감한 흔적들이 보인다. GS미니는 테일러에서 가장 엔트리급 기타이니 무리도 아니다.
반면 PM-TE는 파라마운트 시리즈로 펜더의 상위 라인업이다. 따라서 바디와 지판 바인딩, 로제트 등에서 조금은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외관은 확실히 GS미니보다는 우위가 아닌가 싶다.
기타의 무게와 하드 케이스
여행용 기타답게 무게는 매우 가볍다. 심지어 픽업이 있는 기타가 맞나 싶을 정도이니 기타 자체의 무게를 흠으로 지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기타의 케이스다. 80만 원대 기타에 하드케이스가 제공된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기동성이 중요시되는 여행용 기타에 하드 케이스는 좀 의아하기도 하다. 그나마 케이스도 크기가 작고 가벼운 편이어서 풀사이즈 하드케이스처럼 버겁지는 않다.
나의 경우엔 그래도 하드케이스는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미니 기타용 폼 케이스를 따로 하나 구입하였다. 조만간 이 케이스도 소개할 예정이다.
따뜻한 음색, 아주 조금 아쉬운 인토네이션
GS미니가 큰 바디의 소리를 흉내 내는 느낌의 소리라면, PM-TE는 전형적인 작은 바디의 소리가 난다. 넉넉한 저음을 좋아한다면 GS미니가 끌릴 것이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면 PM-TE에 좀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다만, PM-TE는 펜더가 자체 개발한 80/20 라이트 게이지(12-52) 코팅 스트링이 기본으로 걸려있고, GS미니는 엘릭서 포스포 브론즈 미디엄 게이지다. 스트링에서 오는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비교가 절대적이라 할 수는 없겠다.
PM-TE는 따뜻한 중음이 올 솔리드 특유의 여유 있는 울림과 어우러져 매력적인 소리를 낸다. 특히, 하나하나의 음이 힘이 있으면서도 몽글몽글 예쁜 소리가 나서 아르페지오나 핑거스타일 연주에 더 어울릴 듯하다. 굳이 여행용이 아니라도 이런 음색이 필요한 연주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이 프렛에서 인토네이션(피치)이 아주 미세하게 틀어지는 감이 있어서 본격적인 녹음용으로 사용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 또한 숏 스케일을 사용하는 미니 기타의 태생적 한계이니 PM-TE만의 단점이라 하기는 어렵다.
여러모로 GS미니 보다 만족, 그러나..
올 솔리드의 에이징 효과까지 체감하는 지금, 여러모로 GS미니보다는 나은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재고품을 싸게 구입한 내 입장에서는 다시 해도 후회 없을 선택이다.
하지만, 취급하는 악기점이 많지 않아 연주를 해보고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또, 여러 해 묵은 기타일 수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입할 때도 이 점을 조심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오프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고, 연식이 오래되었다면 흥정을 적극적으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