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우쿨렐레 코알로하 KCM-00, 그런데 헤드머신은 왜..

  우쿨렐레처럼 스케일이 짧은 악기들은 인토네이션(혹은 피치)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 내가 쓰고 있는 저가 우쿨렐레 역시 하이 프렛에서 인토네이션이 틀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고가의 제품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싶은 의문을 갖고 있던 차에 지인이 구입한 코알로하 우쿨렐레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KCM-00 제품명의 의미

코알로하 KCM-00

  요즘 기타를 볼 때도 제품명에서 스펙이나 컨셉을 유추해보곤 한다. KCM-00에서 'K'는 Koaloha, 또는 Koa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제품 카탈로그에서 코아를 사용하지 않은 우쿨렐레의 제품명에도 K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첫 글자 K는 코알로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글자 'C'는 Concert를 뜻한다. 즉, 우쿨렐레의 대표적인 바디 세 가지 중 하나인 콘서트 바디를 의미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디의 형태만 다른 KSM-00(소프라노), STM-00(테너)도 있다. 

 

  세번째 글자 'M'은 확신할 수 없지만 Mahogany로 추측하고 있다. 코알로하 우쿨렐레 중 제품명에 M이 들어있는 제품은 모두 마호가니 넥이었고, 그렇지 않은 제품들은 다른 알파벳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M이 아닌 다른 글자가 적혀있는 제품은 모두 저가형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마지막으로 뒤에 붙은 숫자는 제품의 컨셉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00은 스탠다드, 01은 파인애플 바디, 02는 롱 넥(스케일)과 같은 식이다. 따라서 KCM-00은 코알로하의 상위 라인업으로 가장 무난한 우쿨렐레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으로 보는 스펙

 

올코아 바디

KCM-00의 후판

  상판과 측후판이 모두 하와이안 코아로 되어있다. 제품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무늬가 화려하다기보다 결이 곧은 편이고, 북 매칭이 잘 되어있다.

 

둥근 삼각형 모양의 사운드홀

  바인딩이나 사운드홀 로제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둥근 삼각형 모양의 사운드홀 덕분에 제법 스타일리쉬하다. 코아의 색과 무늬를 고려해볼 때, 이렇게 한 것이 오히려 깔끔하고 좋아 보인다.

 

원피스 마호가니 넥

원피스 마호가니 넥

  헤드에서부터 넥힐까지 한 조각으로 되어있는 마호가니 넥이다. 100만원 이상의 우쿨렐레 다운 스펙이다. 그래도 기타보다 넥이 짧아서 목재 수급에 대한 부담은 덜할 것이다. 

 

부드러운 곡선의 넥힐

  또, 부드럽고 빈틈없는 넥힐 마감이 인상적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이 프렛 연주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로즈우드 지판과 브릿지

로즈우드 지판

  예전에는 지판과 브릿지도 하와이안 코아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 로즈우드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가격적으로 보면 다운 그레이드인데 지판이나 브릿지 목재로는 로즈우드 쪽이 더 좋다.

 

로즈우드 브릿지

  또, 홈페이지에는 이 부분의 목재를 에보니로 소개하고 있는데 또 한 번의 변경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터스크 너트와 새들

터스크 너트

  당연히 본(Bone) 재질의 너트와 새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터스크를 사용했다. 우쿨렐레라는 악기의 특성상 시원한 울림과 맑은 고음을 가지고 있는 터스크도 괜찮아 보인다. 그래도 본 너트&새들을 장착한 동일 제품과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헤드로고

  여담이지만 청자개로 된 헤드 로고는 조금 부담스럽다. 내 취향으로는 음각으로 처리한 예전 버전이 더 좋아 보인다. 또, 너트 접합부의 마감(살짝 새어 나온 접착제)도 조금 아쉽다. 다른 부분의 마감이 거의 완벽해서 더욱 그렇다.

 

1:1 기어비의 헤드 머신

1:1 기어비의 헤드머신

  지인은 헤드 머신의 페그 색상이 마음에 들어서 더 끌렸다고 했지만, 내가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 쪽이다. 물론 색상은 아니고 헤드머신 고유의 기능에 대해서다.

 

  이 머신의 기어비는 1:1이다. 이렇게 기어비가 낮은 경우에 정밀한 튜닝이 어려울뿐더러 튜닝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기타의 경우 아무리 못해도 14:1 이상은 되는데 1:1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다른 좋은 스펙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도대체 왜 이런 헤드 머신을 썼을까? 조심스럽게 디자인의 일체감 때문이라고 추측해본다. 소프라노나 콘서트의 경우 바디가 작기 때문에 자칫 헤드 옆으로 튀어나온 헤드 머신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다. 또, 스케일이 짧은 제품에 모두 이 튜너를 적용한 것으로 보아 급 나누기로 추측해볼 수 있다. 만약에 맞다면 졸렬한 급 나누기가 아닐 수 없다.

 

연주&음색

 

  구입처에서 너트 세팅도 잘 해준 덕분인지 편안한 연주 감이 돋보인다. 또, 내 우쿨렐레보다 스케일이 짧음에도 더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보여준다. 롱넥이나 테너는 더 안정적일 것으로 보여서 구미가 당긴다. 뭐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간혹 코알로하의 벙벙거리는 음색이 싫다는 분들도 있으셨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아마 지판과 브릿지 목재와 피니쉬의 변화가 있기 전이라면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더욱 단정한 느낌을 원한다면 너트와 새들을 본으로 교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그만큼 코알로하의 정체성은 가려질 수 있다. 

 

총평

 

  헤드 머신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우쿨렐레다. 만약 이 글을 보고 헤드머신 교체를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신중히 결정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디자인 일체감이 떨어질 수 있고, 향후 중고거래시에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헤드머신 이야기를 빼더라도 테너가 내 연주 스타일에 더 적합해서 KTM-00에도 관심이 생긴다. 그래도 구입은 조금 더 다양한 우쿨렐레를 접한 후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