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통기타 와디즈 펀딩, 추천할만한가?
- 어쿠스틱 에세이
- 2020. 8. 17. 10:36
2020년 상반기, 크래프터 기타는 와디즈 펀딩을 통해 신제품을 론칭했다. 예쁜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 덕분인지 낮은 가격대의 기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분명히 다른 업체들도 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다른 브랜드들(스윙, 벤티볼리오)도 와디즈 펀딩에 뛰어들었다. 자연히 이 기타들과 와디즈 펀딩으로 기타를 구입하는 것에 대한 내 의견을 묻는 사람들도 늘었다. 질문이 많기도 하고, 때마침 시기가 적절한듯하여 내 생각을 글로 남겨본다.
온라인으로 기타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온라인으로 기타를 구입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소리가 본질인 악기를 연주해보지 않고 구입하는 것에 찝찝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와디즈 펀딩 또한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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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샘플 영상으로는 '진짜' 소리를 알 수 없을뿐더러 연주 감도 느껴볼 수 없다. 이 점을 인지한 와디즈는 시연 장소를 제공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다른 브랜드 기타들이 없기 때문에 반쪽짜리 시연이라 생각한다(게다가 지방 사람들은 연주해보기 어렵다). 결국 '온라인 구매'의 단점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기타를 받아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제조사가 펀딩 수량에 따라 기타를 제작하게 되면 소비자는 기타가 제작되는 시간 만큼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이 대략 두 달 정도인데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 꽤 큰 기회비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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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펀딩한 기타가 도착할 무렵이 되면 시중에서도 그 기타를 구입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펀딩을 신제품의 쇼케이스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비슷한 시기에 기타를 갖게 되는데 결제만 일찍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물론 몇가지 차별점을 두는 브랜드도 있다).
가격이 싸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와디즈 펀딩에 임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슈퍼 얼리버드, 또는 얼리버드 혜택으로 제시하는 가격은 정가 대비 저렴해 보인다.
그러나, 기타를 자주 구입해본 연주자라면 이 가격이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단골 악기점에서 오래 거래한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와디즈에서 제시하는 슈퍼 얼리버드의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정식 출시 후에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정식 출시 후에는 여러 브랜드의 기타와 마음껏 비교도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와디즈 펀딩을 할 이유는 사라진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와디즈 펀딩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나는 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서 여러 기타를 연주해보고 고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같은 시국에는 매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입문자나 초보 연주자의 경우에는 펀딩 가격만큼 싸게 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무조건 사지 마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여건상 와디즈 펀딩을 통해 구입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면 환불이 어려운 특성을 잘 고려해서 신중, 또 신중하게 기타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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