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줄높이를 낮추려면 새들 높이를 조절하자

  기타를 관리하기 가혹한 계절인 여름과 겨울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나 요청은 기타 줄 높이 조절에 관한 것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기타 줄이 높아져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에 기타 줄이 높아지는 것은 높은 습도의 영향으로 기타의 상판이 부풀어 올라 연주자가 넥에서 느끼는 줄 높이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어쿠스틱 체이서' 블로그에서도 '기타 줄높이' 등이 인기 검색 키워드다. 

 

상판이 배부른 기타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배부른 상판

  그렇다면 기타줄 높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타 줄이 높아진 원인이 상판의 배부름 때문이니 배가 부른 상판을 다시 꺼뜨리면 해결된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여름의 습도는 매우 높은 상태고, 상판은 70kg이 넘는 기타 줄의 장력을 상시로 받고 있다. 즉, 장력이 걸리는 방향으로 부풀어 오르기는 쉬워도 다시 꺼뜨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배부른 상판을 복원하기 위해 기타 줄을 풀고, 상판의 브릿지 주변부에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다시 기타 줄을 걸고 안 좋은 환경에 다시 노출되면 되돌아오는 것은 매우 순식간이다. 어쩌면 한번 변형되었던 목재는 그 형상을 기억해서 더 쉽게 돌아오는지도 모르겠다. 

 

기타 줄 높이를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새들을 깎는 것이다

새들을 깎아서 줄 높이를 낮출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줄이 직접적으로 걸려있는 부분인 새들을 깎아서 줄 높이를 낮추는 방법을 택한다. 비교적 작업이 간단한 데다가 전문적인 장비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셀프로 작업해보기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보다 정밀하게 작업하기 힘들고, 장비의 부족 등으로 시간이 훨씬 더 걸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리페어 샵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한 번도 셋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분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시도해보고 싶거나 리페어 샵에 갈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새들 높이를 낮추면 되겠다.

 

새들을 깎기에 앞서서 넥 릴리프 조정은 필수

 

  상판이 배부른 만큼 넥도 변형이 일어난다. 상판과 같이 부풀어 올라서 백보우(넥이 후판 쪽으로 젖혀진 상태)가 되는가 하면, 지나친 장력으로 업보우(상판쪽으로 휘어진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새들 작업을 해도 편안한 연주 감을 얻을 수 없고, 버징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반드시 트러스 로드를 이용해서 넥 릴리프 조정을 먼저 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글 링크로 대신하겠다.

 

[통기타 지식in] - 알맞은 통기타 줄높이는 넥 릴리프 조절부터(트러스로드 사용법)

 

알맞는 통기타 줄높이는 넥 릴리프 조절부터(트러스로드 사용법)

습도가 높은 여름철이 되면 통기타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중 가장 체감하기 쉬운 것이 줄 높이의 변화다. 상판의 배부름 현상으로 대부분 줄 높이가 높아지지만, 반대로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상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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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프렛에서 줄 높이 측정

  기타 줄 높이를 조절하려면 먼저 알맞은 줄 높이를 알아야 한다. 통기타의 경우 12 프렛 기준으로 6번 줄에서 2.5 ~ 3mm, 1번 줄에서 2~2.5mm 정도면 정상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강한 스트럼 위주의 연주자라면 조금 높게 쓰는 것이 좋고, 소프트한 터치 위주라면 버징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더 낮출 수 있다. 간혹 핑거스타일 연주자들 중에는 6번 줄 기준 2.2mm 정도로 극단적인 세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연주 스타일과 기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이렇게 낮은 세팅도 불가능하지 않다. 

 

12프렛에서 줄높이 측정

  꽤 오래 방치된 기타의 줄 높이를 측정했더니 6번 줄 기준 3mm를 조금 넘어섰다. 약 3.1mm 정도로 보이는데 범용적으로 사용하기 좋은 줄 높이로 맞추기 위해 0.5mm 정도 낮추기로 했다. 

 

줄이고자 하는 수치의 두배만큼 새들에 선을 긋는다

자와 샤프를 준비하자

  기타 줄 높이는 너트에서부터 새들까지 서서히 더 높아지는 구조다. 12 프렛은 줄 전체 길이의 한가운데 지점이기 때문에 12 프렛 지점에서 0.5mm를 낮추려면 새들은 1mm를 깎아야 한다. 기타 줄이 빗변인 직각 삼각형의 닮음 구조를 생각하면 쉽다. 눈으로 어림잡아 깎으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므로 자와 샤프를 이용하자. 참고로 줄을 적당히 풀고, 브리지 핀 뽑개를 이용하면 줄을 모두 제거하지 않고도 새들을 빼낼 수 있다.   

 

  위 사진과 같이 새들 아랫면에서 1mm 되는 지점에 선을 그었다. 바닥을 고르게 잘 깎아야 하기 때문에 앞면과 뒷면 모두 선을 긋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비스듬히 깎여서 계산했던 줄 높이가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 

 

사포로 새들 바닥을 깎아낸다

사포나 파일을 이용해 새들을 깎는다

  이제 새들 바닥을 깎아내는 일만 남았다. 리페어샵에서는 밸트를 이용해 손쉽게 작업하지만 개인이 작업하면 사포로 갈아내는 수밖에 없다. 일정하게 힘을 주지 않으면 가운데 부분만 더 갈린다거나 바닥면이 고르지 않게 갈리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해서 작업해야 한다. 게다가 1mm는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라 작업 시간도 길다. 

 

피에조 픽업을 장착한 기타라면 리페어 샵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까 비교적 쉬운 작업이라 했지만 가정에서 혼자서 하기에 결코 만만치 않다. 정밀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 데다가 장시간 새들을 잡고 사포에 문질러야 하기 때문에 몸이 고되다. 게다가 새들을 깎을 때 생기는 가루와 냄새 때문에 집안 환경에도 그리 좋지 않다. 

 

  만약 피에조 픽업을 쓰는 경우 새들을 어떻게 깎냐에 따라서 6줄의 밸런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 작업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할지 기약이 없다. 한두 번은 괜찮겠지만 작업시간이 길어지면 후회가 밀려올게 분명하다. 따라서 여러모로 전문 리페어 샵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새들을 높이려면 언더바를 구입해보자

새들 언더 바(플라스틱이나 목재)

  새들을 더 높이길 원하거나 작업을 하다가 너무 과도하게 낮추었을 때는 새들 아래에 받칠 수 있는 언더 바를 활용해도 좋다. 만약 한 여름에 새들을 깎았다면 겨울에 줄 높이가 너무 낮아져 버징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기타 줄의 진동을 새들에서 상판으로 바로 전달되는 것보다 음 손실이나 음색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새들로 작업하는 것이 좋다(심지어 여름용, 겨울용 새들을 따로 두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장력이 세게 느껴지고, 연주 감이 불편하다면?

 

  넥 릴리프와 새들 높이 세팅을 마쳤는데도 장력이 세게 느껴지거나 어딘지 모르게 연주 감이 불편하다면 너트가 잘 못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너트의 경우 버징이 나는 것을 피하려고 공장 출고 세팅 자체를 높게 두는 경우도 많아서 새 기타라고 해서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많은 입문자들이 자신의 너트가 엉망 인지도 모르고 기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타를 한달이나 두 달 이상 쳤는데도 매번 손이 아프다면 반드시 리페어 샵에 들러 너트를 손보기 바란다(기승전 리페어 샵). 

 

[통기타 지식in] - 기타줄 높이 조절의 마지막 열쇠 - 너트(상현주) 가공

 

기타줄 높이 조절의 마지막 열쇠 - 너트(상현주) 가공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통기타 줄 높이 조절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다. 이 글은 그 두 편의 글에 대한 속편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글들을 못 보셨다면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어차피 세 가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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