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터 글로우 스트링 - 레트로 컨셉의 가성비 통기타 줄
- 스트링/통기타줄
- 2025. 1. 24. 22:26
크래프터가 '글로우'라는 브랜드로 기타 줄을 출시했다. 오래전부터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늦게 나왔다. 자사 기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스트링 성분을 찾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아마 이 추측이 맞다면, 글로우 스트링은 크래프터가 추구하는 음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써보지 않을 수 없다.
글로우 스트링의 가격과 스펙 및 소소한 특징
처음 사보는 기타 줄을 다량으로 산 것은 처음이다. 배송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고, 크래프터니까 적어도 가격에 걸맞은 성능은 내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원래의 가격은 세트당 9,800원인데 런칭 기념으로 8,900원에 구입했다. 여담으로 무료배송 조건을 맞추려면 6세트를 구입해야 했는데 재고 부족으로 한 세트는 타사 제품으로 받았다. 그 기타 줄도 조만간 소개해보겠다.
85/15 브론즈, 라이트 게이지
글로우 스트링의 케이스 표지에는 85/15 브론즈라고 적혀있다. 아쉽게도 85%와 15%가 각각 어떤 성분인지는 적혀있지 않다. 밝은 노란색이면서 80/20 브론즈보다 약간 더 붉은빛을 띠는 것으로 보아 구리 85%, 아연 15%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것이 맞다면 ghs의 빈티지 브론즈와 성분비가 같고, 음색 특성도 비슷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012 - .053 인치의 전형적인 라이트 게이지다. 요즘은 이 것이 표준과도 같으니 첫 제품이 라이트 게이지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혹시 글로우가 흥행한다면 다른 게이지로도 출시할까?
[스트링/통기타줄] - 기타줄 굵기(게이지)에 따른 음색 차이
케이스 뒷면의 왼쪽 아래에 적힌 제품명은 GLOW-AL이다. 처음에는 '설마 알루미늄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보다는 A시리즈의 라이트게이지(L)라는 뜻으로 보인다. 만약 미디엄 게이지가 출시된다면 GLOW-AM과 같은 이름이 붙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낱줄 포장
겉포장을 벗기면 비닐로 낱줄 포장 되어있다. 보통 여섯 줄을 한번에 교체하는 나에게는 불필요하지만, 종종 낱줄 교체를 하거나 줄을 헷갈려하시는 분들께는 이 방식이 더 좋을 것 같다.
코어의 끝까지 감겨있다
벤티볼리오 스트링처럼 3~6번 줄이 끝까지 감겨있다. 두 제품 모두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어서 혹시 같은 공장에서 출고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스트링의 성분이 달라서인지 음색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음색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음색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깜짝 놀랐다. 부드러우면서도 종소리 같이 청아하게 울리는 소리, ghs 빈티지 브론즈에서 느꼈던 그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팅 덕분인지 줄 교체 초반에 날리는 느낌도 덜해서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다만, 1,2번 줄은 울림이 좀 답답했다. 음선이 얇고, 지나치게 정돈된 소리가 나서 시원한 맛이 부족하달까. 처음엔 코어 스트링의 품질이 조금 아쉬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득 고음이 강하게 나는 크래프터 기타의 특성에 맞춰서 일부러 그렇게 설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것은 크래프터 기타에 걸어보면 해결될 궁금증이니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겠다(이 글에서 사용한 기타는 마틴 D-35MP다).
어쨌든 이 같은 특징 때문에 핑거나 솔로 연주보다는 스트럼에 대한 점수를 더 후하게 주고 싶다.
연주감, 수명(코팅)
일단 장력이 약하다. 연주하는데는 굉장히 편하지만 세팅 상태에 따라 강한 스트럼에서 없던 버징이 생길 수 있다(이 때는 트러스로드를 살짝 조정하면 좋다). 나는 오히려 장력이 약하다는 장점을 살려서 미디엄이나 라이트미디엄 게이지를 내주면 좋을 것 같다. 이 음색에 굵은 줄 특유의 양감이 더해진 소리,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그러나, 굵은 줄은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기타에 따라서 상판에 무리를 줄 수도 있으니 실제로 출시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다.
다다리오 XT와 같이 랩 와이어를 코팅해서 코어 스트링에 감은 방식으로 촉감이 약간 뻣뻣하다. 미끄럽지 않아서 좋은 반면 엘릭서나 다다리오 XS의 코팅방식에 비해 수명은 짧다. 다행히 밝고 경쾌한 울림 덕분인지 톤이 한 풀 꺾여도 따뜻하고 정돈된 소리가 나서 취향에 따라서는 조금 더 오래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성비 기타 줄,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크래프터의 기타와 액세서리들은 대체로 준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목록에 기타 줄을 추가할 수 있겠다.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스트럼 위주의 연주자라면 한번쯤 교체해볼 만한 기타 줄이라 평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포스포 브론즈가 아니라 더 좋다.
다만 연주를 거듭할수록 1, 2번 줄이 아쉽게 느껴진다. 3~6번 줄의 울림이 경쾌한데 반해 1, 2번 줄이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점이 개선된다면 가히 최고의 가성비 기타 줄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더 비싸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