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과 차분함 사이 - 벤티볼리오 B.O 153 기타 줄
- 스트링/통기타줄
- 2025. 1. 3. 14:52
탑선, 고퍼우드에 이어 세 번째로 사용해 본 국산 브랜드 기타 줄은 벤티볼리오다. 벤티볼리오는 현재 민트 스트링(B.M 153)을 판매 중이고, 이 글에서 다루는 B.O 153은 단종되었다. 따라서 기타 줄 구매에 딱히 도움이 될만한 글은 아니다. 그럼에도 단종된 B.O 153의 사용기를 쓰는 것은 향후 민트 스트링을 사용했을 때 차이점을 언급하기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다. 언제나 그랬든 편견 없이 느낀 그대로 적었다.
벤티볼리오 오렌지의 약자. 153은?
제품명의 B.O는 벤티볼리오 오렌지의 약자로 보인다. 현재 판매 중인 민트 스트링이 B.M인 것을 보고 미루어 짐작한 것이다. 기왕 약자를 쓸 거면 O 다음에도 마침표를 찍어주면 좋겠는데 괜히 찝찝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153에 대한 정보는 아직 모르겠다. 53은 6번 줄의 0.053인치에서 온 것 같은데 1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타 줄의 성분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예를 들어 1은 포스포 브론즈, 2는 80/20 브론즈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또, 코팅과 비코팅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다른 시리즈가 나오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겠다. 혹시 153의 의미를 정확히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 주시면 좋겠다.
포스포 브론즈 라이트 게이지
타브렌드의 포스포 브론즈에 라이트 게이지 제품과 스펙이 동일하다. 라운드와운드라는 단어가 생소했는데 랩 와이어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코어를 감고 있는 재질이 포스포 브론즈라는 뜻이다. 혹시라 라운드 코어를 말하는 것인가 싶어서 뒷면의 설명을 읽어보니 보통 많이 사용하는 헥스 코어다. 그러니까 스펙적으로는 다른 기타 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제품이다.
[스트링/통기타줄] - 기타줄 추천 받기에 앞서 종류부터 알아보자
틴 케이스와 극세사 천
타 브랜드의 기타 줄들이 종이나 비닐 포장인데 반해 벤티볼리오는 틴 케이스다. 게다가 그 안에는 극세사 천도 들어있다.
극세사 천은 깔끔하고, 품질도 괜찮다. 줄을 닦을 수 있는 천과 그것을 보관할 수 있는 틴 케이스라니 언뜻 생각하면 굉장히 배려심 있는 구성품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다. 내가 직접 구매하지 않은 터라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지만, 후속작인 민트 스트링의 가격이 16,500원인 것을 미루어 보아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다다리오 XT를 18,000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가격적인 매리트가 없다. 차라리 이 구성품을 빼고, 더 저렴하게 팔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틴 케이스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타 줄을 메인으로 쓰는 분이 있다면 이 케이스도 남아돌기 시작할 것이다. 즉, 이벤트성으로 한 두 번 사긴 좋아도 메인으로 사용하면서 계속해서 살만한 기타 줄은 아니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연주자들이 이 스트링을 메인으로 사용하기를 바랐다면 포장을 최소화하고 가격을 더 낮추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낱줄마다 붙어있는 태그
여섯 줄을 동봉한 대신 각 줄마다 태그가 붙어있다. 다다리오의 방식에 비해서 편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문득 저 태그가 종이봉투 낱줄 포장보다 비용이 덜 드는지가 궁금하다.
B.O 153의 특징
스펙 시트로는 알 수 없는 감각과 경험을 통한 특징들을 정리했다.
외관
색상은 포스포 브론즈를 떠올릴 만 하지만, 타사보다 좀 더 붉은빛을 띤다. 구리가 함량이 더 높은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조금 특이한 점은 3~6번 줄의 와운딩이 끝까지 되어 있고, 대신 길이가 좀 짧다. 그래도 모자란 정도는 아니어서 장단점이라기보다 특징이라 봐야 한다. 만약 이 특징이 다른 브랜드에서도 보인다면 같은 공장에서 제조한 것이 아닐까 추측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줄을 풀면서 느끼는 코어의 유연성과 탄성
감겨 있던 기타 줄을 풀 때 코어의 유연성과 탄성을 느낄 수 있는데 B.O 153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이런 스트링들은 대체로 울림이 무겁고, 어두운 소리를 낸다. 이 느낌이 대체로 다 맞았는데 이 번엔 어떨지 기대하며 직접 연주해 봤다.
연주감 및 소리 특징
먼저 코팅현 특유의 뻣뻣함이 느껴진다. 미끄럽지 않아서 연주하기엔 좋지만, 터치 노이즈(끽끽 소리)가 더 잘 생겨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촉감으로 봐서는 엘릭서나 다다리오 XS와 같이 줄 전체를 코팅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다리오 XT와 같이 랩 와이어에 코팅을 입혀서 코어에 감는 방식이다.
연주 시 기타 줄이 다소 무겁게 움직인다. 바로 직전에 비 코팅현(마틴 MA540)을 써서 더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코팅 현인 것을 감안해도 울림이 둔하다. 그 결과로 소리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고, 저음과 고음이 깎인 듯 한 톤이 느껴진다. 물론 성량도 크지 않다.
다만 이런 특징이 녹음을 할 때는 굉장히 도움이 된다. 보통 줄을 교체하자마자 녹음을 해보면 소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B.O 153은 처음부터 굉장히 안정된 소리를 들려준다. 솔직히 그냥 연주했을 때는 실망을 많이 했는데 녹음을 해보고는 의외로 톤이 좋아서 놀랐다. 문득 고음이 날카로운 기타(예를 들어 합판 기타)에 걸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든다.
수명
보통 처음부터 안정된 소리를 내는 기타 줄들이 수명은 짧은 편인데 B.O 153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소리가 빨리 먹먹해지고, 줄을 풀었다 조였다를 자주 반복하면 끊어지는 현상도 빨리 나타나는 편이다. 그래서 수명이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 추천하긴 어렵다
교체 직후에 녹음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긴 했지만,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그다지 추천할 만한 줄은 아니다. 다른 것을 떠나서 가격만 생각해도 그렇다. 비슷한 가격에서 더 나은 소리와 연주감을 느낄 수 있는 옵션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과연 후속작인 민트 스트링은 이보다 더 나아졌을까? 부디 마케팅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이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