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상판 목재의 종류 - 연주 성향에 따라 따라 선택하자

  기타줄과 함께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통기타 상판 목재는 가벼울수록(비중이 낮을수록) 좋다. 목재가 가벼우면 진동이 더 자유로워져서 성량이 커진다. 그것은 음의 크고 작음을 표현하는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고 진동을 잘하더라도 금방 변형이 온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기타줄의 표준 격인 라이트 게이지(포스포 브론즈)의 총장력은 약 73kg인데, 상판 목재는 적어도 이 정도의 장력은 상시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상판 음향목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다소 가혹한 조건을 갖춰야한다.

 

  지금도 이 조건을 갖추고 있는 다양한 상판 음향목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와 루시어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목재의 종류와 특성을 다뤘다. 또, 필요에 따라서 어울리는 연주 스타일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시트카 스프루스

시트카 스프루스

  시트카 스프루스(Sitka Spruce)는 대부분의 브랜드나 루시어들이 주력모델에 적용할 정도로 인기 있고, 보편적인 상판 음향목이다. 그 정도로 강도로 보나 음향적으로 보나 뒤쳐지는 점이 없는 무난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꼭 이런 특성 때문에 가장 많이 쓰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급이 좋아서 양질의 목재를 비교적 저렴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반응 스펙트럼이 넓어서 연주 시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헤드룸이 넓어서 강한 스트로크에도 소리가 많이 깨지지 않는다. 배음이 그다지 화려한 편은 아닌데 덕분에 원음의 직진성이 돋보인다. 이런 음향적 특성 덕분에 핑거 피킹 연주자들보다는 강한 스트로크나 플랫 피킹을 사용하는 솔로 연주자들이 더 선호한다. 그러나 가격 대비 목질이 좋고, 핑거 사운드도 무난해서 올라운드 연주자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스프루스 계열의 목재들이 에이징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답답한 소리가 나지만 에이징이 되기 시작하면서 소리가 열리면서 변화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디론닥 스프루스

아디론닥 스프루스

  사전에서 찾아보면 '애디론댁'이라 나오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에는 '아디론닥' 스프루스(Adirondack Spruce)라고 일컫고 있다. 네이버에서 애디론댁 스프루스를 검색해보면 친절히 아디론닥 스프루스로 수정된 검색 결과가 나올 정도다. 어느 쪽이든 우리말로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으니 많이 쓰는 쪽을 따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레드 스프루스라고도 부르는 이 목재는 앞서 언급한 상판 음향목의 조건에 가장 부합한다. 시트카 스프루스에서 언급한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더 뛰어나다. 마찬가지로 배음도 더 적어서 소리가 다소 무미건조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시트카 스프루스와 마찬가지로 강한 스트로크 위주나 플랫 피킹을 선호하는 연주자에게 추천할만하다.

 

  아디론닥 스프루스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30~40만 원대의 기타에서도 볼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기타의 결을 보면 그다지 촘촘하거나 곧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총기 등을 만드는데 너무 많이 소진한 탓에 양질의 목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 후 다소 고온에서 급하게 생장한 목재가 저렴하게 풀렸고, 그것이 저가 기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유다.

 

유러피안 스프루스

아디론닥 스프루스

  유러피안 스프루스(European Spruce)는 시트카 스프루스에 비해 배음이 더 풍부한 편이다. 따라서 핑거 피킹을 했을 때 조금 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난다. 보통 이런 성향의 목재는 헤드룸이 좁기 마련인데 유러피안 스프루스는 스트러밍이나 플랫 피킹 시에도 어택을 잘 받아준다.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에게 적합한 목재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매우 훌륭한 음향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시트카 스프루스보다도 에이징이 늦게 되는 편이라 소리가 열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수량이 적어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브랜드마다 최상위 모델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엥겔만 스프루스

엥겔만 스프루스

  엥겔만 스프루스(Engelmann Spruce)는 스프루스 수종 중에 가장 무른 편에 속하는 목재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특성도 스프루스보다는 시더에 가깝다. 그중 하나는 에이징 기간이 다른 스프루스보다 짧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빨리 열린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음향적 특성도 마찬가지다. 소리의 직진성보다는 풍부하고 화려한 배음이 돋보이는 목재다. 게다가 저음이 부드럽고, 중음역이 다소 강조되어서 따뜻한 소리라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약한 스트로크나 핑거스타일 연주자들이 선호할만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클래식 기타에도 많이 사용한다. 

 

  테일러 홈페이지에는 더 이상 양질의 엥겔만 스프루스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단가 상승을 의미하는데 같은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엥겔만 스프루스를 많이 사용하던 크래프터도 중상위 라인을 시트카 스프루스로 교체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엥겔만과 시트카 스프루스의 자연 교배종인 러츠 스프루스(Lutz Spruce)가 주목받고 있다. 엥겔만과 시트카의 중간 특징을 가질 거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아디론닥 스프루스의 특징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 당당히 테일러 기타의 700번대를 꿰찼을 정도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목재다.

 

웨스턴 레드 시더 

웨스턴 레드 시더

  우리가 흔히 시더라고 일컫는 것이 바로 웨스턴 레드 시더(Western Red Cedar)다. 스프루스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시원하게 열린 소리를 내주는 특징이 있다. 스프루스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라면 외관으로 구별해내기 힘들지만 레드 시 더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붉은 생상을 띄고 있다.

 

  중음역이 강조되어 있고, 색상만큼이나 어두운 음색을 가지고 있다. 배음이 화려하고, 섬세한 핑거 터치에도 잘 반응하며 성량도 커서 클래식 기타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반대로 헤드룸은 좁은 편이라 강한 스트로크 시에는 음이 잘 깨지는 편이다. 따라서 엥겔만 스프루스와 마찬가지로 핑거 피킹 위주의 연주자들이 선택하면 좋다.  

 

레드 우드

레드 우드

  레드우드(Red Wood)는 상판에 사용하는 목재 중 가장 무르다. 그래서 여섯 줄의 스틸 스트링을 견디게 설계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목재다.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독특한 외관 덕분에 마니아들이 있지만, 수량이 적어 매우 고가의 목재라는 단점이 있다. 

 

  성량이 크고 어두운 음색을 가졌으며 전반적인 특징이 웨스턴 레드 시더와 흡사하다. 상판이 워낙 무르고 가벼운 목재이기 때문에 무겁고 단단한 측후판 목재와 조합하는 경우가 많다.

 

포트 오포드 시더

포트 오포드 시더

  포트 오포드 시더(Port Orford Cedar)는 노란색을 띠는 외관과 기타 케이스를 가득 채울 정도의 생강 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몇몇 브랜드에서 최상위 제품군이나 커스텀 오더로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희소하고 비싼 목재다.

 

  이름만 봐서는 레드 시더와 비슷한 성질을 가질 것 같지만, 시트카와 아디론닥 스프루스의 중간 정도의 음색 특성을 지녔다. 따라서 포트 오포드 시더 역시 스트로크 위주의 연주자에게 어울리는 목재다.

 

목재의 음색 특징과 연주 스타일의 매칭이 중요하다

상판 음향목의 특징과 어울리는 연주스타일

  앞서 살펴본 상판 음향목들을 배음과 헤드룸을 기준으로 나열하면 위와 같은 그림이 될 것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무른 목재이고, 배음이 풍부하며 헤드룸은 좁아서 가벼운 터치나 핑거링 위주의 연주가 좋다. 또, 왼쪽으로 갈수록 단단한 목재이고, 배음은 단조롭지만 헤드룸은 넓어서 강한 스트럼에 잘 어울린다.

 

  만약 핑거링이나 가벼운 터치만 하는 연주자가 아디론닥 상판 기타를 연주한다거나, 헤비 스트러머가 웨스턴 레드 시더 상판 기타를 연주한다면 그 기타가 아무리 비싸고 좋다 하더라도 매력의 반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위 그림이 절대적이진 않지만 본인의 연주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그에 어울리는 상판 음향목을 선택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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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위 그림 속 목재들의 위치에 대해 대체로 동감하지만 제일 왼쪽에 있는 베어클루 시트카 스프루스(BearClaw Sitka Spruce)의 위치는 이해할 수 없다. 일반적인 시트카 스프루스보다 수질이 풍부할 수 있겠으나 외관 이상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고 느꼈다.

 

베어클루 시트카 스프루스

  그러나 브리드러브 기타에서는 아디론닥에 비해서 더 단단한 목재로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의외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하이엔드급 기타에서 베어클루 시트카 스프루스는 그만한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혹시 경험담이나 이 것에 대해 자세히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 브리드러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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