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목을 사용한 크래프터 기타 - 마인드W프레스티지 ROSE-Tce VVS

  2021년 말, 드디어 크래프터도 탄화목 상판을 사용한 기타를 출시했다. 본사에서 샘플 기타를 처음 접하고 블로그에 소개한 지 2년 만이다. 내심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늦게라도 나와주어 다행이다.

 

[악기 리뷰/통기타] - 2020년, 크래프터 기타의 주요 변화점 및 신제품

 

2020년, 크래프터 기타의 주요 변화점 및 신제품

지난 2019년 12월 초, 오랜만에 양주에 있는 크래프터 코리아 본사에 다녀왔다. 원래는 다녀온 직후에 써야 했을 글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제야 글을 남긴다. 예전에 크래프터 기타의 뉴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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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화목은 이미 타 브랜드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기존의 크래프터 기타들이 가지고 있던 약점을 해소할 수 있는 옵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아봤다. 

 

탄화목(정확히는 반탄화목)이란?

  목재(주로 상판)를 무산소 가마에서 장시간 가열하면 수분이 빠지고, 세포 구조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것을 '반탄화(Torrefied)'라고 하는데 온습도 변화에 강해지고 마치 오랜 기간 에이징 된 기타와 비슷한 음색을 얻게 된다.

 

  이 점 때문에 많은 통기타 제조사들은 반탄화 공법을 사용하고 있고, 마케팅을 위해 그들만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크래프터는 이 공정을 VVS(빈티지 보이스 시스템)라 칭하고 있다.

 

갓인어스와 더 닮은 마인드W프레스티지 ROSE-Tce VVS

마인드W프레스티지 ROSE-Tce VVS_1

  고래 모양 인레이 때문에 '마인드 W'라는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 같은데, 사실 스펙은 기존의 마인드 시리즈와 전혀 관련이 없다. '마인드' 시리즈는 마호가니를 상징하는 시리즈인데 이 기타는 로즈우드 측후판을 사용했다. 그 때문에 제품명에 'ROSE'라는 이름이 추가로 따라붙는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VVS까지 붙게 되니 이름이 너무 거창하고 길다.

 

  이 기타의 스펙은 마인드 시리즈보다는 앞서 리뷰 한 갓인어스와 더 닮아있다. 그래서 갓인어스와 다른 점만 언급하고 중복되는 사양은 아래 링크로 대체하고자 한다.

 

[악기 리뷰/통기타] - 크래프터 갓인어스TCE - 국민 통기타가 작아졌다

 

크래프터 갓인어스TCE - 국민 통기타가 작아졌다

풍성하고 깊은 저음을 가진 큰 통기타가 인기 있던 시절이 가고, 기동성이 좋은 작은 기타가 득세하고 있는 요즘이다. 첫 기타로 OM바디를 구입하는 비중만 봐도 작은 기타로 대세가 바뀌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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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토레파이드(반탄화) 시트카 스프루스

토레파이드 시트카 스프루스

  가장 다른 것은 상판 목재다. 엥겔만 스프루스를 사용한 갓인어스와 달리 이 기타는 시트카 스프루스를 사용했다. 엥겔만 스프루스를 많이 보유한 크래프터에서 굳이 시트카 스프루스를 사용한 것을 보면 탄화했을 때의 효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색이 확연히 어둡다

  탄화의 영향인지 토너를 입힌 것인지는 몰라도 레드 시더보다도 더 어두운 색을 띤다. 그 덕분에 VVS 공법을 사용한 상판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고래 인레이와 초승달 로제트

12프렛 고래 모양 인레이

  많은 연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고래 모양 인레이도 여전하다. 디테일한 묘사 때문에 실제로 보면 더 감탄하게 된다.

 

초승달 모양 로제트

  만약 로제트까지 화려했다면 조금 거부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과한 초승달 모양 로제트로 밸런스를 잘 잡았다.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디자인이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슬로티드 헤드 스탁

슬로티드 헤드스탁

  이 기타의 헤드는 클래식 기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로티드 헤드스탁이다. 기존의 크래프터의 헤드 모양과 로고를 싫어했던 분들께는 환영할만한 요소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헤드에는 큰 단점이 있다.

 

빈티지 스타일 헤드머신

  비교적 불안정한 튜닝 안정성과 뻑뻑하게 돌아가는 헤드 머신이 바로 그것이다. 레트로 한 느낌 때문에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용적인 면을 따지고 들면 득 보다 실이 많은 디자인이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탄화목 사용에 따른 음색 차이

  일단 새 기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답답함은 덜하다. 기타가 전체적으로 가볍게 울리는 느낌이라 그리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그 차이를 느낄만하다. 비록 탑솔리드(상판만 단판) 기타이지만 VVS 공법으로 인한 차이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마인드W프레스티지 ROSE-Tce VVS_2

  한편, 갓인어스Tce(엥겔만 스프루스 상판)와 비교했을 때는 조금 더 펀치 감 있고, 단단한 소리다. 이 것은 VVS 공법의 차이라기보다 시트카 스프루스를 사용한 영향이 아닌가 싶다.

 

  전 음역대에서 성량이 약간 커진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드라마틱한 저음 향상은 없다. 오히려 중음과 중고음역에서 비약적인 향상이 있다. 그 덕에 멜로디 솔로나 핑거스타일 연주를 할 때 한층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디가 더 큰 GA바디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기대와 함께 너트와 새들을 교체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똑같은 스펙의 네 기타

 

  2022년 2월 기준, 탄화목을 사용한 크래프터 기타는 모두 네 가지로, 마인드W프레스티지와 갓인어스 시리즈 각각의 두 가지 바디(GA, OM바디)다. 아주 다양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

 

  가격은 688,000원인데 탄화목을 사용하지 않은 기타와 3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가격차다. 다만, 이상하리만큼 가격 차이가 적어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가격 상승이 있을 것도 같다. 또, 탑솔리드 치고는 비싼 가격이니 최대한 발품을 팔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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