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레트로 스트링 MM12 - 진짜 빈티지 기타줄

  통기타줄의 종류에 대해 정리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리뷰 혹은 사용기를 올려보려 한다. 요즘 통기타의 트렌드는 빈티지 사운드인데 내 기타는 그리 빈티지와 가깝진 않다. 그래서 그나마 빈티지한 음색을 내보기 위해 선택한 옵션이 기타줄 교체다. 몇몇 제조사에서 빈티지, 혹은 레트로라는 이름을 내세워 출시한 기타줄들이 있는데 일단 그것들부터 다 써보기로 했다. 이번엔 그중 첫 번째로 마틴 기타에서 내놓은 레트로 스트링이다.

 

마틴이 말하는 레트로는 어떤 소리일까?

  통기타에 있어서 마틴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프리워(Pre War)라 일컫는 2차 세계대전 이전 시대의 마틴 기타는 계속 회자될 정도로 훌륭한 소리를 가졌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마틴의 마케팅은 프리워 시절의 기타의 재현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어센틱 시리즈가 있고, 빈티지, 레트로, 마르퀴즈 등 자신들의 예전 기타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런 마틴이 내놓은 레트로 스트링은 어떤느낌일까? 과연 프리 워 시절의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소리를 내줄까? 혹은 지금과 다른 어색한 느낌으로 다가올까? 마틴 레트로 스트링을 구입한 것은 이런 단순한 호기심에서다. 

 

마틴 레트로 MM12

마틴 레트로 MM12의 표지

  사진 속 표지는 구형이다. 올해 새로 나온 표지는 검은 원에 빨간색 글씨의 레트로 글씨가 적혀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디자인이 더 레트로 느낌이 잘 와 닿아 좋은데 마틴은 이번에 새로 출시한 어센틱 스트링과 패밀리룩을 맞추고 싶었나 보다. 제품은 완전히 같으니 구형 표지의 제품을 받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그나저나 "Bring Out Your Guitar's True Voice"라는 문구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내가 구입한 레트로 스트링의 모델명은 'MM12'이고, 12는 게이지를 뜻한다. 즉, 1번줄이 .012인치인 라이트 게이지다. 마찬가지로 미디엄 게이지는 MM13이다. 스트링 게이지에 따른 차이는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두었다.

 

[스트링/기타줄] - 기타줄 굵기(게이지)에 따른 음색 차이

 

기타줄 굵기(게이지)에 따른 음색 차이

기타줄을 구입하려고 검색해보면 기타만큼이나 굉장히 다양한 기타줄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브랜드도 다양한 데다가 같은 브랜드의 기타줄이라도 굵기나 성분, 제조방식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 물론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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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명 바로 아래에는 '모넬'이라고 적혀있는데 이 것은 금속명이다. 이 기타줄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80/20 브론즈나 포스포브론즈가 아닌 모넬을 사용하였다. 스틸 기타줄이 유행하기 시작한 1920년대에는 모넬로 만든 스트링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모넬은 니켈과 구리의 합금인데 마틴에서 정확한 합금 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모넬은 대부분 니켈 60~70%, 구리 26~34% 정도의 비이며, 소량의 철, 망간, 규소도 포함한다고 한다. 사실 합금 비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모넬이라는 금속이 어떤 소리를 내느냐 하는 것이다. 괜히 사진속 표지 아래에 있는 "Bring Out Your Guitar's True Voice"라는 문구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스트링/기타줄] - 통기타줄 성분에 따른 음색 차이(80/20 브론즈 VS 포스포 브론즈)

 

통기타줄 성분에 따른 음색 차이(80/20 브론즈 VS 포스포 브론즈)

이 전 글에서 취향에 맞는 기타줄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스트링 게이지(기타줄 굵기)를 선택하는 것이라 한 바 있다. 마음에 드는 스트링 게이지를 골랐다면 그다음은 본격적인 음색을 결정하는 기타줄의 성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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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렌드는 낱줄 포장?

6줄이 각각 낱줄 포장되어 있다

  겉포장을 뜯어보면 총 6개의 종이봉투가 나온다. 이렇게 종이봉투에 포장하면 종이가 습기를 흡수해서 스트링의 부식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엔 3장의 종이봉투에 1,4번 줄과 2,5번 줄, 그리고 3,6번 줄이 함께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구입한 스트링은 거의 낱줄 포장되어있다. 그만큼 기타줄의 부식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모넬 스트링은 일렉기타줄 같은 은색이며 장력이 약하다

포스포브론즈(좌)와 모넬(우) 스트링의 색깔 비교

  기타줄을 교체하고 보니 이 전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통기타에는 노란색 줄이 걸려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은색 줄이 걸려있으니 조금 어색하다. 좌측 사진은 이전에 걸려있던 기타줄로 DR의 드래곤 스킨 포스포브론즈 스트링이다.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확연히 색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지판에서 비교한 프스포브론즈(좌)와 모넬(우) 스트링

  지판 위에서 은색 스트링을 보면 더욱 더 일렉기타 느낌이 난다. 외관이 이러니 연주감이나 소리도 일렉기타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모넬로 만든 스트링은 포스포 브론즈나 80/20 브론즈에 비해 장력이 약하다. 아래 표는 같은 마틴사의 라이트 게이지를 기준으로 기타줄 성분별 장력을 비교한 것이다. 

 

제품명 스트링 성분 장력(파운드)
레트로 MM12 모넬 162.91
어센틱 MA140 80/20 브론즈 167.3
어센틱 MA540 포스포 브론즈 168.5

  위 표에서 알 수 있듯 레트로 스트링은 라이트 게이지 기준 포스포 브론즈에 비해 5.59파운드, 즉 2.54kg 정도의 제법 큰 장력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연주해봤을 때도 장력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편했다. 또, 니켈 특유의 촉감 때문인지 포스포 브론즈에 비해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력차로 인한 기분 탓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음색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색이다. 모넬이 뿜어내는 레트로한 음색을 기대하며 연주해봤다. 첫인상은 '저음이 왜 이렇게 부족하지?' 하는 것이다. 레트로 스트링을 건 기타는 마틴 D-35MP로 저음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기타다. 그러나 레트로 스트링을 걸고 연주해보니 저음이 많이 죽고, 되려 고음이 돋보이는 느낌이다. 게다가 전반적인 울림이 타이트해서 연주하는 내내 경쾌함 보다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연주를 지속하다보니 상당히 부드러운 소리에 감탄하게 됐다. 고음성향이 강해서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줄인데도 부드러운 소리가 공존했다. 그리고 일정기간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톤다운이 되고 나니 처음 느꼈던 날카로운 소리는 죽고, 부드러운 공명이 남았다. 마틴은 이 소리를 기타 본연의 소리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레트로 스트링은 공간을 가득채우는 소리라기보다는 상당히 여유를 남기는 듯 한 소리다. 게다가 한 줄, 한 줄 독특하게 중음역이 강조되는 느낌이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소리인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옛날 악기니까 옛날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기타는 시대가 원하는 음색으로 꾸준히 바뀌어왔고 확실히 현시대에 익숙한 소리는 아니다. 게다가 음색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니 정답은 없다.

 

어떤 기타, 어떤 연주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가? 

 

  개인적인 추측으로 레트로 스트링은 다소 벙벙 거릴 정도로 저음이 강한 기타에 어울릴 듯하다. 저음이 약하고 울림이 타이트한 스트링의 특성이 기타의 특성과 상호보완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모넬 스트링은 라이트 게이지보다는 미디엄 게이지 쪽이 매력적인 듯하다. 이 역시도 저음이 약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호불호가 심한 기타줄이라 추천이 조심스럽지만, 중고음(mid-high) 역이 맑게 울리는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또, 장력이 부담스럽거나 부드러운 연주감을 원하는 분들께도 괜찮은 선택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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