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AD17e Blacktop, AD27e - 경기불황에 맞서는 스페셜 기타

  2020년,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악기 업계도 힘든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잔뜩 움츠리며 사태 해결을 기다리는 업체가 있는 반면, 시국에 걸맞은 맞춤 전략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기업도 있다. 아마 테일러 기타도 그중 한 곳일 것이다. 

 

늘 혁신에 가까웠던 신제품

  테일러 기타는 앤디 파워스가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후부터 쉼 없이 새로운 기타를 출시하고 있다. 브레이싱을 통째로 바꾸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위치에 사운드 포트를 뚫는 등 보수적인 어쿠스틱 기타 시장에 늘 흥미로운 이슈를 선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혁신에 가까웠던 새 기타들은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테일러 기타 V-class 브레이싱의 장점과 단점(개인적 견해)

2018년은 테일러 기타의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테일러 기타뿐만 아니라 통기타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사건일지도 모른다. 바로 V-CLASS 브레이싱(이하

acousticchaser.tistory.com

 

[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816ce 빌더스 에디션의 사운드포트 컷어웨이에 대하여..

 

테일러 816ce 빌더스 에디션의 사운드포트 컷어웨이에 대하여..

테일러 기타는 앤디 파워스가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이후 매년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변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V 클래스 브레이싱(V-class Bracing)을 소개했고, 2019년에는 새로

acousticchaser.tistory.com

 

이번엔 저렴한 기타다!

테일러 아메리칸 드림 시리즈

  테일러가 늘 비싼 기타만 신제품으로 내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0달러 이하의 기타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적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전 세계가 질병으로 인한 경기불황에 직면하면서 테일러도 판매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테일러가 2020년 하반기에 내놓은 신제품 AD, 즉 아메리칸드림 시리즈를 소개해본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소리와 품질이) 저렴하지 않은 기타

  테일러 AD 시리즈의 컨셉을 간단히 정의하면 위의 소제목과 같다. 그리고, "Made in U.S.A.의 올솔리드 기타"가 그 핵심이다. 아무래도 2,000달러 이하에서는 멕시코산 기타가 많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깁슨의 마케팅도 한번 떠올려보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로 대신한다.

 

[악기 리뷰/통기타] - 월넛 기타 라인업을 늘린 깁슨(2019 J-45 스튜디오, G-45 스탠다드)

 

월넛 기타 라인업을 늘린 깁슨(2019 J-45 스튜디오, G-45 스탠다드)

통기타의 가격은 연주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물가 상승의 영향도 있겠지만, 인건비와 목재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가구 등 목재의 수요

acousticchaser.tistory.com

  테일러 기타 홈페이지에서 AD시리즈 기타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가격 대비 고급 사양도 눈에 띄고, 원가 절감에 대한 노력도 엿보인다. AD 시리즈의 모든 스펙을 다루기보다 구매 포인트가 될만한 특징을 정리해봤다. 

 

AD17과 AD27, 그리고 AD17 Blacktop

AD27e(좌)와 AD17e Blacktop(우)

  아메리칸드림 시리즈는 총 여섯 가지 모델이 있다. 기본적으로 AD17, AD17 블랙탑, AD27이 있고, 옵션으로 픽업이 추가된 AD17e, AD17e 블랙탑, AD27e도 있다. 블랙탑은 말 그대로 상판을 무광 블랙으로 마감한 것인데 내추럴한 측후판과 잘 어울려서 예쁜 디자인이 돋보인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정식 수입품은 찾아볼 수 없다. 출시된 지 5~6개월이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물류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일까? 어쩌면 미국 내의 반응이 좋아서 내수에 주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

AD17e - 그랜드퍼시픽 바디다.

  테일러 기타 모델명의 숫자는 각각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일의 자리 숫자는 바디 모양을 의미하는데 7은 그랜드 퍼시픽 바디다. 즉, AD17과 AD27은 그랜드 퍼시픽 바디다. 커터웨이 옵션이 배제되어 있는 그랜드 퍼시픽 바디는 원가 절감이 주 콘셉트인 AD시리즈와 잘 어울린다. 

 

[악기 리뷰/통기타] - 테일러 기타, 빈티지에 도전하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317e, 517e, 717e)

 

테일러 기타, 빈티지에 도전하다! 그랜드 퍼시픽 바디(317e, 517e, 717e)

지난 2018년, 테일러 기타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브레이싱인 V-CLASS 브레이싱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통기타 제조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X 브레이싱을 근본부터 바꾸는 과감한 시도였다. 놀라운 점

acousticchaser.tistory.com

 

목재 조합은?

 

  일의 자리 숫자가 바디를 의미한다면, 십의 자리 숫자는 상판의 목재와 연관이 있다. 보통 1은 스프루스 계열이고, 2는 마호가니나 코아 등 하드우드를 사용한 경우가 많다. 이 점은 AD17과 AD27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AD17은 시트카 스프루스 상판과 오방콜 측후판 조합, AD27은 트로피컬 마호가니 상판과 샤펠레 측후판 조합이다. 목재 조합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317(시트카 스프루스&샤펠레)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샤펠레보다 오방콜이 비싼 목재로 통하는데 AD17의 가격은 오히려 317보다 400달러 저렴하다. 이 점만 보더라도 테일러가 꽤 위기의식을 갖고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가절감 요소

  그렇다고 장사를 잘하는 테일러 기타가 마냥 모든 것을 넣어줬을 리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원가를 절감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무광 마감(Matte Finish)

나뭇결이 느껴질 정도의 얇은 무광 마감

  기타 제작에 있어서 마감 처리에 비용이 꽤 많이 들기 때문에 저가 기타의 경우 무광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AD 시리즈 역시 바디 전체가 무광이다. 테일러 측은 매우 얇은 마감으로 공명을 극대화시켰다고 이야기하지만, 일반적으로 무광 기타는 소리가 다소 건조하고 벙벙 거리는 느낌이 있다. 또, 마감이 얇은 만큼 온습도 변화에도 취약해서 관리가 까다로운 측면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테일러의 V-Class 브레이싱과 무광 마감의 궁합은 좋은 편인 것 같다(개인적인 의견).

 

유칼립투스 지판

 

  테일러의 올솔리드 기타들은 대부분 에보니 지판을 쓰고 있는데 반해 AD 시리즈는 유칼립투스 지판이다. 지판목으로는 조금 생소한데 아마도 미국에서 구하기 쉬운 대체목으로 보인다. 앞으로 테일러의 저가 기타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판 바인딩 및 도트 인레이

바인딩이 빠진 유칼립투스 지판과 도트 인레이

  테일러 하면 화려하고 예쁜 인레이를 떠올리는 연주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D 시리즈 기타들은 아주 평범한 도트 인레이다. 게다가 지판 바인딩도 빠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를 많이 제외시켰다. 

 

다다리오 스트링과 브릿지핀 재질

 

  테일러 기타의 팩토리 스트링은 엘릭서다. 그러나 AD 시리즈 기타들은 다다리오 스트링을 걸고 나온다. '테일러는 엘릭서'라고 공식과 같이 따르는 연주자들도 많을 텐데 이 것을 바꾼 것을 보면서 '원가 절감을 제대로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브리지 핀 재질이 에보니가 아니라는 점이다. 테일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브리지 핀을 블랙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무광 기타인 데다가 본(Bone) 너트와 새들을 사용하지 않아서 톤이 날릴 텐데 핀마저 플라스틱인 것은 조금 아쉽다.

 

에어로 케이스(폼 케이스)

테일러 에어로 케이스

  끝으로 케이스는 하드케이스가 아닌 폼 케이스다. 하드케이스의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많은 기타 제조사들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가장 먼저 선택하는 옵션이다. 그래도 그동안 봐왔던 테일러의 케이스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리 허접한 케이스는 아닐 것이다.  

 

317e보다 고급 사양은 없을까?

  물론 317보다 고급 사양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오방콜 측후판

AD17 Blacktop - 오방콜 측후판을 사용했다

  먼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AD17에 오방콜 측후판을 사용한 것이다. 목재는 음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구매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점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른바 하극상이라 할만하다. 

 

챔퍼드 엣지

챔퍼드 엣지와 메이플 로제트(AD27)

  게다가 517e와 717e 등 빌더스 에디션에서 선보인적 있는 챔퍼드 엣지(모서리를 부드럽게 깎아서 마감)도 적용되었다. 덕분에 연주 감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무광 기타임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진다.

 

목재로 구성된 사운드홀 로제트

  또, 연주 감이나 소리와는 상관없지만 사운드홀 로제트도 코아나 메이플 같은 목재를 사용하였다(모델마다 다름).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런 것들에서 오는 첫인상의 차이가 꽤 크다. 염가형 기타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아메리칸드림은?

  다소 거창해 보이는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이름은 테일러 기타를 처음 판매했던 악기 샵 이름이란다. 테일러 기타를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디자인한 기타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앤디 파워스 부임 이후로 작명 센스와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테일러다. 

 

  어찌 됐던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산 테일러 기타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잘된 일이다. 다만 이 것이 바다 건너오면서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는 알 수 없다. 부디 AD시리즈의 콘셉트에 맞게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보게 되길 바랄 뿐이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