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터 HT-250MH, 합판인데 마호가니 느낌이!

  요즘 기타를 구입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요청받은 기타의 가격대와 상관없이 10만 원대, 혹은 20만 원대 기타들도 함께 연주해보곤 한다. 아무래도 기타를 시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가격대의 기타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끔 소리가 좋고, 줄높이 세팅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괜찮은 기타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직접 쓸 요량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 소개할 크래프터 HT-250MH도 그중 하나다.

 

크래프터 HT-250 MH/BR의 스펙

마호가니 상판(합판)

마호가니(합판) 상판의 크래프터 HT-250 MH

  제품명에 있는 MH는 마호가니를 의미한다. 즉, HT-250의 마호가니 상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뒤에 붙는 BR은 '브라운' 정도로 유추할 수 있는데 굳이 쓸 필요가 있었나 싶다. MH를 붙인 순간 이미 HT-250과는 구분이 되기 때문이다(크래프터 기타의 지나치게 긴 제품명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OM바디

OM바디

  크래프터의 T바디는 흔히 말하는 OM바디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기타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표준 사이즈의 세가지 바디(D, GA, OM) 중 가장 작은 크기라 생각하면 된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체구가 작은 분들에게 인기 있지만, 큰 기타에 비해 저음이 부족하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통기타 지식in] - 크래프터 기타로 보는 통기타 바디 종류와 음색 특징

 

크래프터 기타로 보는 통기타 바디 종류와 음색 특징

통기타를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입문자들이 기타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디자인일 것이다. 그러나 그저 예쁜 것을 쫒아 고른 디자인도 기타의 음색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acousticchaser.tistory.com

 

마호가니 측후판(합판)

마호가니 측후판(합판)

  측후판도 마호가니로 되어있다(상판과 측후판 모두 합판). 보통 올 마호가니 기타들이 무광인데 반해 이 기타는 유광이다. '합판 기타의 날리는 소리를 잡기 위해서 유광으로 마감한 것일까? 소리가 답답하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외관이다.

 

3피스 마호가니 넥

3피스 마호가니 넥

  다른 크래프터 기타들과 마찬가지로 3피스 마호가니 넥이다. 넥감이 그리 나쁘진 않지만, 갓인어스처럼 국내 생산하는 기타들 보다는 떨어진다. 중국 OEM제품이 떨어진다기 보다 국내산 기타의 넥감이 뛰어나다고 하는 게 맞겠다.

 

테크우드 지판과 브릿지

HT-250은 테크우드 지판을 사용한다(위 사진은 HT-200 MH의 로즈우드 지판)

  크래프터 홈페이지에 있는 스펙시트에서 지판과 브릿지는 '테크우드'라고 안내하고 있다. 테크우드는 종이 등을 압축하여 만든 합성수지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위화감이 없고, 연주 감도 좋다.

 

HT-200 MH의 로즈우드 브릿지(플라스틱 브릿지핀)

  다만, 내 기타는 HT-250MH의 전신인 HT-200MH로 다른 스펙은 동등하고, 브릿지와 지판은 로즈우드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더 좋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감성적인 영역(목재에 대한 이미지)을 제외하면 테크우드가 더 나아 보이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도 HT-200 시리즈는 단종되어서 곧 의미가 없어질 질문이다. 

 

PPS 재질의 너트와 새들

PPS 재질의 너트

  어쩌면 크래프터의 상징과 같은 PPS 너트와 새들이다. 본(Bone)에 비해 성량이 크면서 밝고, 화사한 톤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음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PPS 새들

  그래도 마호가니 상판에다 유광 마감까지 한 이 기타와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소리의 변화를 꽤 하고 싶으면 본(Bone) 너트와 새들로 교체해 보는 것도 좋겠다. 

 

검은색 노브의 크롬 헤드 머신

평범하고 깔끔한 헤드머신

  금장이나 크롬 노브가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보다 부드럽게 잘 돌아가고, 안정성도 나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로즈우드 헤드 탑과 로제트

로즈우드 헤드탑이 올라가 있다

  저가 기타에서는 드물게 로즈우드 헤드 탑이 올라가 있다. 덕분에 크래프터의 로고가 선명하게 잘 드러난다. 또, 개인적으로는 자개 로고가 아니라 더 좋다. 

 

로즈우드로 장식된 로제트

  로제트도 로즈우드로 장식해 놓았다. 간단하지만 깔끔하고, 예쁘다.

 

바인딩

  로제트와 마찬가지로 바디의 테두리에도 흰 바탕에 검은색 선을 넣어서 통일감이 있다. 참고로 검정색 부분은 바인딩이 아니라 그냥 페인팅이다(원가절감 요소).

 

무난한 소프트 백

A4 파일이 들어가는 수납공간

  가격대가 저렴하다 보니 가방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단 상위 제품의 가방에 비해 수납공간이 적다. 헤드 부분에 포켓이 있는 가방을 쓰다가 없으니 조금 불편하긴 하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폼

  폼의 두께도 차이가 나지만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오히려 무게가 가벼워서 상위 제품의 가방보다 마음에 드는 면도 있다. 

 

어깨 끈

  어깨끈에서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비교대상을 동가격대의 타 브랜드로 하면 상당히 훌륭한 수준의 가방이라 할 수 있다. 

 

음색 및 총평

  마호가니 상판에 유광 마감인데도 그리 답답한 소리가 나진 않는다. 오히려 올 합판 기타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가 조금 누그러져서 편안한 느낌도 든다. 스프루스 상판의 HT-250과 비교하면 성량은 다소 부족하다. 그래도 중음이 도드라지는 따뜻하고 달콤한 음색을 갖고 있어서 은근히 매력적이다.

 

 

  저음에서는 조금 더 묵직한 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HT250보다도 저음에서의 펀치 감은 떨어진다. 이 것 때문인지 약간 늘어진 고무줄을 치는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 텅텅거리는 매력적인 소리로 들릴 수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내 경우엔 기분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이 기타를 선택한 것은 따로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팅이 거의 완벽했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기타를 운용하는 내 입장에서는 모든 기타를 일일이 세팅하기가 귀찮은데, 이 정도로 세팅이 잘 되어있는 20만 원 대 기타를 만나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다만 모든 HT250 MH가 이렇게 잘 되어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뽑기 운을 탓하기 싫다면 세팅을 꼼꼼히 해주는 샵에서 구입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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