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대 통기타 시그마 000M-1, 달라진 점은?(000M-1ST와 비교)

  시그마 000M-1ST는 40만 원 대 기타를 찾는 분들께 자주 추천하는 기타다. 최고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소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넥감이나 내구성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블로그에도 소개해볼까 싶어서 글을 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000M-1ST를 비롯한 시그마 기타의 제품명들이 조금씩 바뀌었다. 리뷰를 쓰기위해 시그마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알게 됐다. 급기야 이번에 또 다른 지인의 기타를 구입할 때는 새로 바뀐 기타를 받았다. 과연 바뀐 것은 이름뿐일까? 

 

제품명이 000M-1으로 바뀌었다

리뷰 하기 위해 찍어둔 시그마 000M-1ST

  우선 제품명이 바뀌었다. 완전히 체계가 바뀐 것은 아니고 ST가 빠졌다. 기업 입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알파벳 두글자 빠진 정도는 별로 영향이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제품명이 짧아졌으니 오히려 기억하기는 편할 것이다.

 

  그리고, 로즈우드가 CITES에 등재되면서 붙었던 '+'도 모두 빠졌다. 로즈우드가 보호수종에서 제외되기도 했고, 이미 탈로즈우드 라인업으로 재편되어서 더이상 필요라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픽가드와 브릿지핀의 색상이 바뀌었다

픽가드의 변화(왼쪽은 000M-1st, 오른쪽은 000M-1 이하 동일)

  리뉴얼 될 때 원가절감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소리와는 상관없는 부분들이다. 픽가드의 색상이 블랙에서 톨토이즈로 바뀌었고, 브릿지핀은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플라스틱 브릿지핀의 색상 변화

  아무리 봐도 주목할만한 변화는 없고, '우리 리뉴얼 했어!' 정도의 생색으로 보인다. 만약 테일러 기타가 V 클래스 브레이싱과 같은 내부 변화가 있었다면 분명히 제품 홍보가 가미되었을 것이다.

 

케이스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시그마 기타의 새 케이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프트 케이스의 업그레이드다. 어딘지 익숙하다 했는데 지난번에 리뷰한 SOMR-28과 같은 폼케이스다. 즉, 120만 원의 올솔리드 기타에 주는 케이스와 동일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으니 이 점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넓어진 수납공간

A4 파일이 들어가는 수납공간

  기존의 케이스의 경우 폭이 좁아서 A4파일을 수납할 수 없었다. 모든 시그마 기타의 케이스가가 다 그랬던 것은 아니고, OM바디(000 포함)의 케이스가 그랬다. 바뀐 케이스는 A4파일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한편, 지퍼는 여전히 옆으로 열린다. 대부분의 소프트 백이 기타를 세운 상태에서 소지품을 꺼낼 수 있는데, 시그마의 케이스는 지퍼가 옆으로 열리기 때문에 눕혀야만 꺼낼 수 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두꺼운 폼과 넥 지지대

두꺼워진 폼과 넥 지지대의 유무

  폼이 훨씬 두꺼워졌기 때문에 기타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에 없었던 넥 지지대도 추가됐기 때문에 넥 파손에 대한 염려를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로 인해 무게도 소폭 증가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반기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그래도 이 정도면 폼케이스 치고 가벼운 편이다.

 

두툼한 어깨끈과 손잡이

어깨끈과 손잡이의 품질 차이

  비록 무게가 증가하긴 했지만, 어깨끈과 손잡이가 더 좋아져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위 사진으로 보다시피 같은 가격의 기타에 주는 것이라고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정도면 기동성 면에서도 크게 후퇴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지퍼의 디테일

지퍼의 마감 디테일

  지퍼를 반대로 마감해서 겉으로 봤을 때 더 매끈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지퍼의 가동이 약간 뻑뻑한 느낌도 있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생각도 있다. 그래도 지퍼 고리도 그립이 좋고, 외관도 고급스러워진 점은 마음에 든다.

 

다른 외관 변화는 없어 보인다

 

  바인딩이나 로고, 넥 쉐입 등 다른 변화는 없다. 넥은 기존에도 보편적인 형태였고, 온습도에 따른 변화도 적은 편이어서 연주 감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워낙 무난한 디자인이라 오히려 바뀐 점이 별로 없는 것이 다행이다. 가격을 유지한 채 케이스를 업그레이드해서 다른 것에서 원가절감한 것은 아닌지 잘 찾아봤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 케이스가 향후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악기점 측에서 매입하는 단가는 올라서 에누리를 예전만큼 많이 해줄 수 없단다.

 

소리도 업그레이드?

 

  외관만큼이나 소리의 변화도 거의 없다. 구제품과 신제품 세 대를 연주했을 때 아주 약간씩 다르긴 했지만 목 악기 특유의 편차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000M-1은 작은 바디가 무색할 만큼 성량이 크고, 펀치 감이 좋다. 비슷한 가격대에 이런 펀치 감을 느낄 수 있는 기타가 거의 없다. 다만, 로즈우드 측후판 기타와 비교했을 때 다소 정돈이 안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또, 탑솔리드 기타(상판 원목)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훌륭한 소리지만 합판 기타 특유의 단단함이 있다. 문제는 이 기타가 타사의 탑백솔리드 기타(상판, 후판 원목)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스펙의 차이로 고민이 될 때는 역시 직접 연주해보는 것이 좋다. 악기는 스펙이 아닌 소리로 말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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